'천재소녀' 모교 교장의 편지...'어른의 책임과 의무는 무엇인가' [e기자의 그런데]

입력 2015-07-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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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8시 뉴스)

최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 천재소녀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미국 최고 공립과학고 토머스제퍼슨 기술과학고에 다니는

'한인 천재소녀'.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동시합격' 소식이 화제였죠.

한국 엄마들의 부러움과 자랑스러움도 잠시.

천재소녀의 '명문대학 동시 입학' 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죠.

(사진=SBS 8시 뉴스)

김 양의 거짓말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고,

유학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귀국한 김 양은 졸지에 범죄자처럼

얼굴을 가린 채 플래쉬 세례를 받으며 집으로 향해야 했습니다.

'천재소녀' 김 양의 아버지.

딸의 실수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며 보도를 자제할 것을 요청했지만

'천재소녀'를 향한 언론의 보도와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사진=토머스제퍼슨 과학고 홈페이지/페이스북)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천재소녀'의 모교인

토머스제퍼슨 과학고의 에번 글레이저 교장이

페이스북에 한 통의 편지를 올려 눈길을 모았습니다.

글레이저 교장은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 소통의 부재를 꼬집었습니다.

"10대들은 선생님과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마음이 강합니다. 이들은 또래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한계를 알게되고 고군분투합니다. 여기서 생기게 된 스트레스와 기대에 대한 압박감은 어른과 아이들이 대화를 하게되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됩니다."

(사진=더 가디언)

교육계가 지향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대학 입시가 토머스제퍼슨 교육의 초점이 아닙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대학 입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압니다. 하지만 우리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교를 지원하고 평판이 아닌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학교를 선택하도록 권장합니다"

"우리 학교 상당수의 졸업생들이 미국 각지의 명문대에 입학하지만 '아이비 리그'에 입학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표준도 아니고 권장사항도 아닙니다"

(사진=토머스제퍼슨 과학고 페이스북)

글레이저 교장은 우리 언론의 태도와

아이의 실수를 감싸주지 못한 사회 분위기에도 일침을 가했습니다.

"실수를 저지른 학생의 아버지가 진정한 사과를 했음에도 언론이 그 학생에게 수치감을 주는 행위는 우리 인간성의 서글픈 단면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잘못의 결과를 수용하고 배운 뒤에는 용서 받기를 바랍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실망과 실수,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올바르게 보살펴야 합니다."

(사진=박지원 의원 트위터)

글레이저 교장의 지적대로

이번 일을 놓고 여러 분야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학벌주의 사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

팩트 체크를 소홀히 하고, 무차별적으로 기사를 쏟아낸 언론계까지.

(사진=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우리가 진짜 반성해야 할 부분은

바로 '어른으로서'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우고 있다는 사실이죠.

18세 김 양. 아직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할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천재소녀'가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과 배경을

이해하기 보다는 그를 비난하기에 바빴죠.

(사진=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수많은 10대들이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있죠.

학업, 자신의 미래, 친구와의 관계, 학교생활, 부모님과의 관계 등등...

하지만 "네 나이때는 걱정도 없고 가장 좋을 때야"라는 말들로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고통을 이해하기 보다는 외면하기 일쑤죠.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가볍게 여기면서도

그들이 하는 실수에 대해서는 너무나 엄격한 우리의 이중잣대.

한 번쯤 돌아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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