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의 패션 부문, 건설·리조트 부문을 각각 이끌고 있는 윤 사장과 김 사장은 30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합병 우호세력 확보를 위한 주주 설득에 나섰다.
이들 최고경영자(CEO)가 한 자리에서 모여 기관투자가들과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삼성물산과의 합병에 대해 종합적으로 설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일모직은 지난달 26일 삼성물산과의 합병발표 이후 갑작스러운 미국계 벌처펀드인 엘리엇의 공격에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해왔다.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확보해 주주행동주의라는 명분을 내세웠던 만큼 불필요한 여론전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윤 사장과 김 사장은 주요 주주들과 지속해서 만나 양사 합병에 따른 시너지와 주주가치에 관해 설명했다.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치는 등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이라는 별칭을 가진 윤 사장은 자신의 역량을 기반으로 투자자 설득에 직접 나섰다. 2014년부터 삼성에버랜드 건설·리조트 부문을 맡아온 김 사장 역시 회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합병 이후에 나타날 여러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설명, 주주들의 동의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의 공세에 맞서 물밑 작업을 진행해온 이들 CEO가 이날 공개 석상에 나선 것은 다음 달 1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합병 찬반을 둘러싼 본격적인 표 대결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주특기인 소송 제기와 여론전을 앞세워 삼성을 압박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합병 반대 세력을 결집하고 있다. 이달 초 엘리엇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잇따라 주주총회 결의 금지, 자사주 처분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9일 심문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은 다음 달 1일 가처분 신청의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윤 사장과 김 사장은 이날 새로운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배당 확대 등 강력한 주주친화 정책을 통해 주주들의 가치를 상승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다음달 주총을 앞두고 삼성물산의 최치훈 건설 부문 사장, 김신 상사 부문 사장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투자자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최 사장은 다음 달 1일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후 그룹 커뮤니케이션팀 주관 정례 브리핑에 참석해 이번 합병 이슈와 관련한 그동안의 경과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