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꽃들의 36.5℃] KBS ‘프로듀사’, 또 반복된 전문직 드라마의 병폐

입력 2015-06-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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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프로듀사' 주연 배우 4인방.(사진=KBS 2TV 방송화면 캡처)

‘미생’은 지상파TV에서 제작을 거부당했다. 로맨스가 전무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는 지상파 드라마의 편협한 제작 관행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탤런트 강소라는 “‘기-승-전-연애’가 아닌 ‘미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미생’이 사랑하고 복수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사실성과 다양성이 몹시 좋았다는 이유를 대면서.

결과는 어땠나. 직장생활의 갈등을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tvN 드라마 ‘미생’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종합상사를 배경으로 등장인물 간 이렇다 할 로맨스 없이 극을 힘 있게 전개했고, 작품성 역시 크게 호평받았다. ‘미생’은 로맨스로 점철된 국내 드라마 환경에서 모반을 꾀한 특이한 사례로 남았다.

그렇다면, 방송가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며 최근 막 내린 KBS 2TV ‘프로듀사’는 어떤가. ‘프로듀사’ 제작진은 KBS 예능국에서 활동하는 PD들의 이야기를 담는 리얼 예능 드라마를 표방했다. 입사 동기 라준모 PD(차태현 분)와 탁예진 PD(공효진 분)의 우정과 사랑, 선배를 짝사랑하는 신입 백승찬 PD(김수현 분) 등 얽히고설킨 사각 러브라인이 확연하게 관전 포인트로 작용했다.

청춘남녀의 사랑이 시청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인기 절정의 스타들이 총 출연해 볼거리 풍성한 드라마로 만들어낸 점은 사실이다. 반면 ‘프로듀사’의 흥행에는 인기 배우와 검증된 연출진 외 이렇다 할 차별화 요인이 없다. ‘프로듀사’는 기자, 의사, 경찰, 검찰 등을 다룬 전문직 드라마가 늘 그렇듯이, 사랑과 연애로 결론을 내는 뻔한 관행을 답습했다. ‘한국 전문직 드라마에 전문직은 없고 사랑만 있다’는 고질적 병폐를 또 한 번 노출한 것이다.

‘프로듀사’ 속 탁예진은 오랜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라준모에게 그들의 관계를 빗대어 이렇게 말했다.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실제 KBS 예능국을 배경으로 PD와 삶과 생활을 현실적으로 담았더라면 ‘프로듀사’는 흔해 빠진 연애 드라마의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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