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스테이트’ 런칭 10년째…동시 사용? 상위 브랜드로?
지난 20일 현대건설은 시공사 선정을 위해 서울 흑석동 원불교회관에서 개최된 삼호가든3차 조합원 총회에서 조합원 최다득표를 얻어 입찰경쟁을 벌여왔던 대림산업과 롯데건설을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날 총회에는 총 조합원 440명 가운데 429명이 참석해 현대건설이 175표(40.8%)를 받았다. 이어 대림산업이 125표(29.1%)를 받았고 롯데건설은 96표(22.3%)를 받았다.
최근 국내 공공공사 물량이 대폭 줄어들며 수주난을 겪던 대형건설사들은 올해 쏟아지는 강남 재건축 물량을 잡기 위해 사전 수주전을 치열하게 준비해 왔다.
특히 이들 조합은 기존 아파트 브랜드에서 사용하던 브랜드보다 상급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요구해 건설사들을 고심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현대건설은 고심 끝에 ‘디에이치(The H)'라는 브랜드를 최근 런칭했다.
하지만 이 브랜드가 모 회사인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재가를 받는데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지며 현대건설의 수주전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강남권 도시정보사업 수주를 위해 고육지책으로 브랜드를 런칭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문제는 앞으로 이 브랜드를 계속 사용하느냐의 여부다. 현대건설은 지난 2006년 런칭한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지난해부터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사용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그 동안 알짜 지역에만 분양 물량을 내놓으며 힐스테이트 브랜드의 희소성과 고급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실제로 현대건설의 주택사업 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10% 내외 수준으로 다른 대형건설사의 20~30%에 비하면 크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지난 해만 하더라도 현대건설은 도시정비사업 분야의 수주액이 미미했다.
하지만 다른 대형사인 GS건설이나 대림산업, 롯데건설 등은 최근 이 분야에서만 수 조원대의 수주고를 올리자 현대건설 역시 올해는 이 분야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문제는 브랜드다. 지난해부터 현대엔지니어링이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동시에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현대건설이 그 동안 유지했던 힐스테이트의 희소성이 희석됐고 강남 시장 등은 꾸준히 프리미엄 브랜드를 요구하고 있어 현대건설이 이를 외면하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디에이치(The H)' 브랜드로 수주에 성공했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브랜드 사용에 대한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디에이치(The H)'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사용할 경우 그 동안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지켜왔던 힐스테이트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모 회사인 현대차그룹의 재가 역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하반기 줄줄이 예고된 강남 재건축 물량에 다른 브랜드를 런칭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 경우 ‘디에이치(The H)'는 특정 사업장에만 사용되는 일회성 프로젝트 브랜드로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현대건설 내부에서는 당분간 ‘디에이치(The H)'를 힐스테이트의 상위 브랜드로 사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변수는 적지 않다.
이에 현대건설 관계자는 “서초 삼호가든3차의 경우 설명회 당시 ‘디에이치(The H)' 브랜드 사용을 공언한 만큼 이 단지에는 사용한다”면서 “추가 프리미엄 브랜드 사용 등은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호가든 3차는 기존 지상 13층 6개동에 전용면적 105~174㎡ 424가구로 이뤄졌다. 재건축 시 지하 3층~지상 34층 6개동 전용 59~132㎡ 835가구로 신축된다. 사업규모는 12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