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U 탈퇴론, 영국 금융산업 근간 흔든다...HSBC 등 해외 이전 본격화

입력 2015-06-10 09:15수정 2015-06-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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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스탠다드차타드, 영국 본사 이전 검토…영국정부 내부에서도 우려 목소리 나와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영국 금융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영국 정부의 과도한 금융규제와 유럽연합(EU) 탈퇴론이 부각되면서 런던시티를 지탱해온 주요 금융회사들이 하나 둘씩 짐을 챙기고 있다.

유럽 최대의 은행인 HSBC홀딩스는 9일(현지시간)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HSBC는 긴축 경영의 일환으로 브라질과 터키 사업을 매각, 오는 2017년까지 최대 5만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또한 HSBC는 본사를 현재 영국에서 다른 나라로 이전할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며 이 사안을 연내에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스튜어트 걸리버 HSBC 최고경영자(CEO)는 “본사 이전지에 대한 조건으로 경제규모, 세금·법제도의 투명성 등을 살필 것”이라며 “이전 작업이 진행된다면 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HSBC의 새로운 본사 이전지로 홍콩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크레디트스위스와 스탠다드차타드(SC) 역시 영국의 사업 비중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일부 직원을 아일랜드로 옮길 계획을 검토 중이고, SC는 영국 런던에 있는 본사 자체를 정리할 계획을 갖고 있다. SC의 경우 영국에 본사가 있지만 실제로 발생하는 이익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지역인 만큼 본사를 영국에 고집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의 영향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주요 은행들의 잇따른 영국 이탈로 영국 금융산업의 영향력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이 EU까지 탈퇴할 경우 영국에 대한 투자 감소로 영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에 타격은 물론이다.

앞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 5월 총선에서 영국과 EU간 협약 개정을 내세우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카드를 내밀었다. 캐머런 총리는 2017년 말까지 EU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 현재 이를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9일 영국 하원은 EU 탈퇴여부 국민투표 시행을 위한 법안을 표결해 찬성 544표, 반대 53표로 승인했다.

다만 영국인들은 브렉시트에 대해 부정적이다. 최근 글로벌 리서치기관인 퓨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국인의 55%가 EU에 잔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제로 진행한다고 해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영국에 본거지를 뒀던 금융회사들이 경영 활동이 힘들다는 이유로 등을 돌리자 영국 정부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영국은행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에 “영국의 은행 세제가 해외 기업과 경쟁하는 데 정말 유리한 내용인지를 검토할 때가 왔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영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일부 은행이 국유화되면서 2019년까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분리하도록 했다. 또한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발발 이후에는 은행에 부과하는 세율을 여러 차례 인상해 은행권의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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