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나이미 석유장관 “석유 대신 전력 수출하게 될 것”…사우디는 중동 최대 석유 소비국이기도 해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금세기 안에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관련 국제회의에서 “우리는 궁극적으로 언젠가는 화석연료가 필요없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결국 깨닫게 됐다”며 “금세기 중반까지 점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그 시기가 2040년, 2050년 또는 그 이후가 될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글로벌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를 주도할 계획이며 앞으로 수년 안에 화석연료 대신 전력을 수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에너지 전문가가 사우디의 목표가 너무 야심찬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우디는 중동 최대 석유 소비국이기도 해 자국에서 생산한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의 석유 가운데 25%를 내수용으로 쓰고 있다.
씨티그룹은 2012년 보고서에서 “만일 사우디 석유수요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증가한다면 오는 2030년에는 석유 순수입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알나이미 장관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할 수는 없다”며 “아직도 전 세계에서 10억명 이상이 전기를 쓰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도 수년간은 화석연료 수요가 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온실가스를 방출하지 않고 석유와 석탄 가스 등을 태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는 이미 3년 전 태양광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이 계획 실효성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알나이미 장관은 “저유가에 태양광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태양광이 화석연료보다 더 경제적이 될 수 있음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오는 12월 파리에서 200여 유엔 회원국이 모여 기후변화 방지 협약 체결을 모색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특히 풍부한 석유를 바탕으로 부와 권력을 구축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우디 고위 인사의 입에서 이런 전망이 나온 것은 뜻밖이라고 FT는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