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론스타 소송 증인 심문] “소송제기 회사 모두 유령기업” 집중 부각

입력 2015-05-1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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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금융 수장들 26명 증인석 올라… 첫 심리부터 “기선제압” 전략

‘세기의 소송’으로 불리는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5조원대 투자자국가 소송이 미국 워싱턴에서 시작됐다. 앞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우리 정부와 론스타 등 소송 당사자와 대리인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심리를 열어 양측의 주장과 변론을 청취하는 초기 구두 심문을 진행했다.

이번 소송은 소송가액이 46억7900만달러(약 5조1100억원)에 이르고, 소송비용만 500억원 규모로 결과에 따라 우리 금융정책이나 제도, 국제사회 평가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를 상대로 벌이는 사실상 첫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Investor-State Dispute)이 때문에 한국정부 신인도 시험에 올랐다.

현지시간 18일부터는 본격적인 증인 심문에 돌입한다. 론스타가 요청한 외환은행 매각 당시 국내 금융정책 책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더욱 치열한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이 15일,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17일 미국에 도착했다. 증인으로 채택된 관료 또는 금융인들이 이번 주초 워싱턴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 김중회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권태신 전 국무조정실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등 모두 26명에 이른다.

그동안 태스크포스를 꾸려 대비 해온 한국 정부는 첫 심리에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정부 합동대응팀을 이끄는 김철수 법무부 국제법무과장은 “심리가 개시된 만큼 기선을 제압하는 측면에서라도 잘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타협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지만 론스타로부터 어떤 제안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정부 합동대응팀은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등 6개 유관 정부부처 팀장급 실무자들로 구성됐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크게 ‘매각지연 손해, 세금 부과로 인한 손해’ 등 두 가지로 압축된다. 론스타 측은 당시 외환은행을 HSBC에 매각했으면 2조원 가량 더 큰 차익 얻었을 텐데 한국 정부가 고의로 승인 결정을 지연시켜 불발됐으니 책임을 지라는 입장이다. 또 벨기에에 설립한 자회사를 앞세워 외환은행 외에도 스타타워 빌딩 등을 매각해 4조600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뒀으나 당시 한국 정부가 세금 8500억원을 징수한 것은 한국-벨기에 투자협정(BIT)의 세금면제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소송을 제기한 LSF-KEB홀딩스 등 론스타 벨기에·룩셈부르크 자회사 8곳이 모두 페이퍼컴퍼니로 사업적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라는 점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외환은행 헐값매각 소송 등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었으므로 매각 승인을 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한편 5조원대 초대형 국제 소송이다보니 3년간 론스타 소송에 들어간 비용만 239억4100만원에 이르고 있다. 재판이 시작된 올해는 100억원대를 웃돌고 있다.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5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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