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업계가 초부유층을 겨냥해 매장 인테리어의 차원을 높이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레스(LA) 같이 초부유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 위치한 명품 매장들은 인테리어를 호텔 스위트룸이나 펜트하우스 등과 같은 수준으로 개조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LA 베버리힐스의 쇼핑가 로데오 드라이브에 있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은 넓은 테라스에 고급 가구 등을 비치하고 고객들에게 샴페인을 제공한다. 일명 ‘VIC(중요고객) 살롱’으로 불리는 이 곳은 루이뷔통 로데오 드라이브 3층에 마련된 공간으로 고객들이 장시간 머물며 여유있게 쇼핑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루이뷔통 맞은편 버버리 매장 위층에는 VIP용 살롱 ‘버버리 펜트하우스’가 있다. 이곳은 탈의실과 가봉실 외에 테라스, 취사를 위한 주방, 개인 화장실 등이 있다. 그 옆에 있는 크리스찬 디오르의 매장 안에 있는 개인 VIP 살롱에는 값비싼 미술품과 가구들이 놓여져 부유층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생로랑의 VIP 살롱은 초현대적인 디자인으로 테라스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같은 VIP 살롱에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명품업체에서 초대를 받아야 한다. 이들은 개인 쇼핑 도우미를 고용해 미리 매장에 쇼핑 예약을 하고 매장을 방문하기 전에 카다로그를 통해 제품을 고른다. 매장 측도 고객의 쇼핑 도우미와 긴밀히 협력해 원하는 제품을 찾아주거나 추천해준다. 그외에 특별한 콜렉션과 마네킹이 착용한 것을 권하기도 한다.
또한 명품 브랜드들은 단순한 개인 쇼핑 장소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VIP 살롱을 칵테일 파티 장소로 제공하거나 고객의 점심이나 저녁식사 장소로 제공하기도 한다. 작년 10월 열린 구찌 매장 오픈 기념 파티에서 당시 구찌의 디자이너였던 프리다 지아니니는 VIP용 살롱 테라스에 고객들을 초대했다. 버버리는 지난달 살롱 가운과 턱시도의 특별 콜렉션을 선보여 구입을 원하는 고객과 개별 면담시간을 잡기도 했다.
이는 도박 산업에서 착안을 얻은 것이다. 카지노들은 식사 등을 제공하면서 고객들이 도박 테이블에 오랫동안 머물도록 유도하고 있다. 장시간 머무는 고객은 단시간 머무는 고객보다 지출이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WSJ는 명품업계의 VIP 살롱 시도는 소비자들의 지출과 쇼핑 방법의 세계적인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 브랜드들이 초부유층을 위한 서비스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에 지사를 둔 마케팅 컨설팅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고객들은 이전보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졌다. 인터넷에서 수집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어 매력적인 제안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고브의 리서치 자문을 맡고 있는 짐 테일러 씨는 이 현상을 브랜드 업체에서 소비자로의 ‘주도권 이동’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명품 브랜드 간 경쟁 격화에 따라 루이뷔통에서부터 버버리에 이르는 브랜드들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늘리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