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안에 발표 예정인 중국경제 보고서에 포함할 듯
중국 위안화 가치가 균형 상태에 이르렀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선언이 임박했다고 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IMF는 앞으로 수 개월 안에 발표할 중국 경제 보고서에 ‘위안화 가치가 적절하다’는 내용을 넣을 예정이다. 이는 IMF가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를 비난하던 태도에서 10여 년 만에 벗어나는 것이다. 또 중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미국의 비판을 일축하고 개혁개방 노력을 높게 평가하는 기념비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이라며 “미국은 그동안 중국 환율정책 비판 근거를 IMF의 평가에 의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IMF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위안화가 저평가됐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MF의 선언은 중국이 미국을 중심으로 짜여진 세계 금융질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가운데 나오게 된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이미 미국 주요 동맹국 대부분이 참가를 선언했다. 이 은행은 세계은행(WB)의 라이벌 성격을 띠고 있다. 중국은 또 IMF에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도 요구한 상태다. IMF는 연말에 위안화 SDR 편입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미국 의회와 정부는 지난 20여년 간 중국이 경제 고성장을 위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왔으며 이는 미국 일자리 상실로 이어졌다고 비판해왔다.
한 IMF 고위관리는 “지난 10년간 위안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바스켓 대비 30% 이상 올랐다”며 “환율은 적절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달러·위안 환율은 지난해에 전년보다 거의 변화가 없었으나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위안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10% 이상 오른 셈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마커스 로드라우어 IMF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부국장은 지난달 “위안화 가치가 더 이상 저평가되지 않았다는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현재 위안화는 ‘균형상태(equilibrium)’를 향해 나아고 있다”고 강조했다. IMF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환율 평가에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위안화 가치가 지금 적정 수준이라고 밝힌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