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중의 휘뚜루마뚜루] 국정조사 제도개선 시급하다

입력 2015-04-2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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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중 정치경제부 기자

이른바 ‘MB자원외교’는 민간부문까지 합쳐서 40조원이 투자됐다. 이 가운데 무려 35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사업이 388개에 이르는데 이 중 적게나마 이익을 본 곳은 5곳에 불과하다.

그런데 또 흐지부지 끝나게 생겼다. ‘단군 이래 최대 국부유출 사건’이라며 요란을 떨고 시작한 해외 자원개발 국정조사는 청문회 한 번 열어보지도 못하고 막을 내리게 됐다.

국회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활동 시한은 내달 2일까지다. 하지만 청문회 증인 채택이 불발되면서 특위 역할은 사실상 끝났다.

국조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지만, 성과가 없었던 만큼 별 의미도 없다.

특위 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은 특위 종료를 앞두고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여야가 증인 합의에 실패한 건 ‘정치력’의 부재다. 주고받는 것이 정치인데, 어느 한 쪽도 양보의 정신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 국조는 주로 이명박 정부를 겨냥했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사업도 적지 않았다. 증인 협상 때 여야가 한 치의 양보 없이 자기 주장만 했던 배경이다. 어쩌면 자당에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일부러 서로가 받을 수 없는 제안만 했는지도 모른다.

국조가 이런 식으로 결말 없이 문을 닫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8년 국회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이 제정된 이후 지난 18대 국회까지 모두 22건의 국정조사가 실시됐지만, 결과보고서를 채택한 조사는 9건(11.5%)뿐이었다.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됐는지 짐작케 하는 수치다.

최근에 있었던 세월호 국조도 마찬가지다. 온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었고, 여야는 진상을 철저히 밝히겠노라 장담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빈손’이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청문회도 열지 못했다.

국조는 특정 사건을 재조명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실시간 TV중계나 신문 보도를 통해 국민이 판단토록 하는 일종의 ‘여론재판’ 성격도 띤다.

하지만 지금처럼 여야 간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결론도 내지 못한다면 국조는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오히려 세금만 축낸 건 아닌지 감사해야 한다거나 아예 없애자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하는 정치력도 중요하지만, 제도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여야 동수로 특위가 구성된다는 점은 시작부터 실패를 예고한다. 특위에서 찬반 동수는 부결이다. 어떤 식으로든 중재나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증인 채택 문제에 있어서는 교섭단체 간 협의가 어려울 경우 의석 비율에 따라 증인을 각각 선정토록 하자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주장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소수당 소속위원의 과반수 이상이 위원장에게 요구하면 소수당이 선정한 증인을 소환해 하루 이상 증언할 수 있도록 한 미국 의회제도도 함께 도입해야 한다.

국조의 사전 준비를 위한 ‘예비조사’ 제도는 제한된 시간 내 원활한 조사를 진행하는 데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현행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더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여야가 제도 보완에 의지를 갖는 일이다. 국조를 하는 것보다 어떻게 효율적인 국조를 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 국민이 원하는 국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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