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즈와 합병으로 북미 3위·세계 5위 식품업체 탄생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또 하나의 코끼리를 잡았다. 브라질 사모펀드 3G캐피털과 버크셔가 공동 소유한 케첩업체 하인즈가 크래프트푸드를 인수해 합병하기로 했다고 2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버크셔와 3G캐피털 모두 합병에 들어가는 자금 규모를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크래프트의 시가총액 등을 감안해 그 규모가 약 480억 달러(약 5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새 회사의 이름은 ‘크래프트하인즈(Kraft Heinz)’로 정해졌으며 연매출이 약 280억 달러에 달해 북미 3위, 세계 5위 식품·음료업체로 부상하게 됐다.
1869년 설립된 하인즈는 토마토 케첩을 주력 상품으로 하며 매출의 절반을 북미 이외 시장에서 올리는 글로벌 식품기업이다. 버크셔와 3G캐피털이 지난 2013년 공동으로 하인즈를 230억 달러에 사들였다.
크래프트는 치즈·냉동식품·음료 등을 다루고 있으며 북미 사업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스낵 부문은 지난 2012년 몬델리즈라는 사명으로 분사했다.
하인즈 주주들이 새 회사 지분 51%를, 크래프트 주주들이 49% 지분을 각각 갖게 된다. 버크셔와 3G캐피털은 합병 승인을 위해 100억 달러를 출자해 크래프트 주주들에게 주당 16.5달러의 특별 배당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평소 대형 인수·합병(M&A)을 ‘코끼리 사냥’으로 칭하면서 강한 의욕을 보였던 버핏은 “이게 바로 내가 원하는 M&A 형태”라며 “두 회사의 통합으로 주주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다. 크래프트하인즈가 가져올 성공 기회에 흥분된다”고 이번 인수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양사는 합병을 통한 원재료 조달 비용 절감은 물론 북미 위주인 크래프트의 상품이 하인즈의 판로를 통해 해외로 판매되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버핏은 적극적 M&A와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발전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3G캐피털과 함께 식품 분야에서 기업 사냥을 가속화하고 있다. 버크셔는 지난해 3G캐피털이 보유한 버거킹월드와이드가 캐나다 커피·도넛 체인 팀호튼을 110억 달러에 인수했을 때도 공동 출자했다. 이번 합병도 당시와 비슷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이번 합병은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등 대형 투자은행을 끼지 않고 진행한 것도 큰 특징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투자은행이 맡아온 대규모 자금조달을 버크셔와 3G가 감당했기 때문에 이같은 ‘딜(deal)’이 가능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식품 분야에서 버핏의 다음 타깃이 어디가 될지도 관심이다. 블룸버그는 버핏이 이른바 콜라와 초컬릿 같은 ‘배드푸드’에 소비자, 투자자로서 믿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버크셔는 하인즈 이외에도 코카콜라와 시즈캔디 데어리퀸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번 합병은 가공식품업계의 재편을 더욱 촉진할 것”이라며 캠벨수프와 켈로그, 몬델리즈, 제너럴밀스 등을 버크셔와 3G캐피털의 다음 인수 후보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