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 국제팀 기자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 중국이 처한 상황이 다르지만 가난한 신생 독립국에서 부강한 나라로 발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 주석은 이날 토니 탄 싱가포르 대통령에게 보낸 조전에서 심심한 위로를 전하면서 “고인은 싱가포르 공화국의 창시자이며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는 전략가이자 정치가였고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였다”는 찬사를 보냈다. 시 주석의 말처럼 리콴유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중국 1~5세대 지도자를 직접 만나면서 깊이 있는 통찰로 중국이 나아갈 바를 조언한 스승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가난한 어업국가였던 싱가포르가 글로벌 물류·금융 중심지로 번창하는 모습은 덩샤오핑 이래 중국의 개혁·개방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사실 경제 규모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중국이 바라는 제일 이상적인 모습이 싱가포르일 것이다.
리콴유는 국민의 복지와 생존이 최우선이며 민주주의 가치와 발전은 다음으로 미룰 수 있다는 인식으로 30년 총리 집권 기간 끊임없이 개혁을 추진했다. 싱가포르는 언론 자유를 탄압하고 아직도 태형과 사형이라는 전근대적인 형벌이 있어 리콴유는 독재자라는 비난도 받았지만 다국적 기업들이 싱가포르를 찾도록 법과 규제를 선진국화한 것도 그의 공로다. 어떻게 보면 일당독재라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중국의 이상을 잘 구현한 나라가 싱가포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싱가포르와 중국의 결정적 차이는 부정부패 척결 여부다. 리콴유는 자신의 친구, 정치적 동지라도 부패와 연관이 있으면 가차없이 내치는 단호함으로 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가장 청렴한 국가로 만들었다. 시 주석이 지금 반부패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싱가포르에 비하면 그 시작은 너무 늦었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이 여전히 매관매직을 일삼고 있다고 폭로했다. 시 주석이 리콴유처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뿌리 깊게 퍼져 있는 부패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