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투자] 주가 ‘날고’ 배당 ‘뛰고’… 지배구조 개선 효과

입력 2015-03-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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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2003년 지주사 체제 전환… 5개월 만에 주가 27% 껑충

“재벌들의 고질적 문제점인 ‘순환출자 구조’의 고리를 끊고 기업의 투명성과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지주회사 설립의 의의가 있다.”

진보단체가 했을 법한 이 얘기는 2003년 7월 LG그룹 홈페이지에 실린 ‘만화로 보는 LG의 지주회사’에 실린 한 토막이다. 실제로 지배구조와 기업가치에 관한 기존 연구 결과를 보면 대체로 기업의 지배구조가 기업가치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투자자들이 지배구조를 주식투자의 의미 있는 지표로 판단한다는 얘기다.

◇지배구조 개선으로 주가 ↑ 배당도 ↑= 이로부터 4개월 전인 3월 1일. 당시 재계 2위인 LG그룹은 국내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LG가 바로 그 지주회사다. 49개의 LG 계열사 중에서 LG전자와 LG화학ㆍLG칼텍스정유 등 34개사가 그 밑에 편입됐다.

LG그룹의 지주회사 출범은 당시 재계에 커다란 사건이었다. 재벌식 소유지배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중요 변화의 하나가 지주회사로의 개편이기 때문이다.

LG 지주회사 체제의 성적표는 주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합 지주회사인 ㈜LG의 주가는 LGCI와 LGEI가 합병돼 재상장된 2003년 3월 11일 6550원에서 5개월 후 8320원으로 27% 올랐다.

당시 ㈜LG 조석제 재경부문 담당 부사장은 “전체적인 주가 동향을 고려할 때 LG 자회사 주가 상승의 대부분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 주가는 6만원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이는 실적 부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1년 10만원대까지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은 배당금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LG의 최근 3년(2011~2013년) 평균 배당성향은 45.6%다. 한 해 벌어들인 이익금 절반을 배당에 쏟아부었다. 배당주 투자문화도 지배구조 투명성을 전제로 한다는 얘기가 된다.

한국거래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주최한 ‘2014년 지배구조 우수기업’에서 대상을 수상한 에쓰오일 사례를 봐도 투명한 지배구조와 높은 배당의 상관관계가 잘 드러난다.

에쓰오일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총 4조6166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10년간 올린 순이익의 70.3%를 주주에게 지급했다. 특히 2007년도 총 배당금은 주당 1만3425원으로 배당성향이 173.8%에 달했다. 그 다음해에도 두 번의 분기배당과 결산배당을 통해 배당성향 130.5%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34년 만에 첫 영업적자를 낸 탓에 올해는 사실상 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지만, 우선주에 대해서만 주당 25원의 배당을 실시키로 결정했다.

◇저금리 시대에는 우선주 및 배당주= 우선주는 일반적으로 보통주보다 배당 등에 있어서 우선적 지위가 인정되는 주식을 말한다. 그 대신 주주총회의 의결권은 없다. 회사 경영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우선주는 대개 회사의 경영참가에는 관심이 없고, 배당 등 자산소득에 관심이 높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된다. 투자자는 배당을 많이 받을 수 있고, 회사는 경영권 위협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 우선주가 잇달아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우선주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 말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세제 혜택 종료를 앞두고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이 속속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배구조 선순환을 통한 배당주 및 우선주 투자는 최근 저성장ㆍ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관심과도 잘 연결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1%대로 내리면서 배당주와 우선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가치투자 대부로 통하는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저성장ㆍ저금리 상황이 지속하면서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과거와 같은 성장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결국 배당이나 투명한 지배구조 등에 더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식농부’로 유명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도 “배당투자를 해야 한다”며 투자 대상 기업으로 △경영ㆍ회계ㆍ공시ㆍ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 △배당여력이 충분한 기업 등을 꼽았다.

대주주 지분이 높은 기업이 배당성향이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LG 최대주주 구본무 회장의 지분율은 11%. 지주회사 체계를 갖추고 있는 다른 그룹과 비교하면 구 회장 개인 지분율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특수관계인 35명이 보유한 지분(35.1%)이 구 회장의 지배력을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다. 범LG가인 GS와 LS도 유사하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지주회사 GS 지분 4.75%를 가지고 있지만, 48명의 친인척 지분(41.46%)이 지배력을 받쳐준다. GS의 최근 3년 평균 배당성향은 78%에 달한다. LS 역시 구자열 회장(3.27%) 외에 39명의 친인척 주주 지분(29.85%)이 있다. 최근 3년 배당성향은 56%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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