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스크램블 톡] 실리콘밸리의 인재 보물창고, 테슬라와 애플의 ‘썸’

입력 2015-03-1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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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68개 상장사의 연례 주주총회가 열린 13일을 정점으로 주총시즌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주총시즌을 맞아 연일 글로벌 기업들의 한 해 성적표와 평가, 앞으로의 비전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주총을 마친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바로 글로벌 시총 1위 기업으로 부상한 애플입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열린 애플 주주총회에서는 뜬금없이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모터스 인수건이 화제가 됐습니다.

2명의 주주가 애플에 테슬라 인수를 제안했답니다. 한 주주가 팀 쿡 CEO에게 “당신이 테슬라 인수하는 걸 보고 싶다”고 말하자 또다른 주주가 “나는 테슬라의 세단 ‘모델S’를 애플 제품만큼 좋아한다”며 “두 회사 간에 뭔 일이 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내 머리가 이상한 건가”라고 말해 회장은 웃음바다가 됐다고 합니다.

이에 쿡 CEO는 웃음기를 머금으며 “이런 노련한 질문을 피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지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화제를 돌렸다고 합니다.

이같은 질문이 나온 것은 애플이 자체 전기차 개발을 위해 최근 수백 명의 직원을 채용했다는 소식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2013년 10월 애플의 더그 필드 제품개발 담당 부사장이 테슬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지금까지 애플에서 테슬라로 옮겨간 직원 수는 15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는 우수한 인재의 보고로, 대학 졸업 예정자들은 이제 월가가 아닌 실리콘밸리 입성을 꿈꿀 정도라고 합니다. 특히 매년 최고의 직장으로 손꼽히는 구글과 함께 현재 애플이 짓고 있는 신사옥으로 출근하길 바라는 사람은 더 많겠지요.

그러나 애플 이상으로 구직자들을 매료시키는 직장이 테슬라라고 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테슬라로 이직하는 사람은 자동차 회사 경력자보다 IT 회사 경력자가 더 많다고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애플과 테슬라는 엄연히 업종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애플은 IT기업이고 테슬라는 자동차기업이지요. 그런데 IT 기술자가 자동차 회사로 가다니, 대체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걸까요?

그렇습니다. 이는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이기보다는 IT 기업에 더 가깝다는 방증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현재 전체의 10%에 불과하지만 10년 후면 60%까지 높아진다고 전망했습니다. 테슬라 뿐만 아니라 조만간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중점을 두기 시작할 거라는 얘기지요.

여기서 또한가지 주목할 것은 애플이 세계 최고의 IT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왜 테슬라로 옮겨 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제2의 스티브 잡스’로 알려진 엘론 머스크 CEO 때문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머스크 CEO(45)는 엔지니어 부친과 영양사 모친 사이에서 태어나 10살 때 컴퓨터를 사 프로그래밍을 독학했고, 12살 때 최초의 상용 소프트웨어 ‘블라스터(Blaster)’를 파는 등 떡잎부터 달랐습니다.

남아공의 병역을 피해 어머니의 고향인 캐나다로 이주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지요. 이후 스탠포드대학 대학원에 입학했다가 자퇴하고 전자결제 서비스 ‘스페이스X’와 ‘페이팔’을 설립했습니다. 이만하면 제2의 잡스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이력이지요.

그러나 그가 잡스와 다른 점은 엔지니어 출신인 데다 성격이 화통해 실리콘밸리의 누구와도 말이 잘 통한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얘기를 나누다보면 순식간에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는데요. 애플에서 테슬라로 이적한 필드 부사장은 “애플에서의 업무와 근무 환경에 만족스러워서 회사를 떠난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머스크와 대화를 나눠본 후 미련없이 애플에 사직서를 던졌다”고 밝혔습니다. 애플에서 테슬라로 옮긴 다른 직원들 중에도 필드 부사장과 같은 이유인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애플과 테슬라의 이같은 인재 전쟁은 실리콘밸리에선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두 회사만 부각되는 건 현재의 존재감도 존재감이지만 차세대 산업의 상징이기 때문일 겁니다.

앞으로도 실리콘밸리의 인재 보물창고인 애플과 테슬라의 줄다리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 합니다. 두 회사가 한솥밥을 먹는 것도 시너지가 있겠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어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갈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현재 애플은 테슬라 출신에게 25만 달러의 이적료와 현재 급여의 60%를 더 얹어주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응한 머스크 CEO의 카드는 어떤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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