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캐리트레이드’ 공통점…수출기업에는 호재지만 내수형 중소기업 타격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ECB는 유로존 국채 매입을 개시하며 양적완화를 처음 도입한 BOJ와 같은 행보를 취하게 됐다.
미국 소매판매 부진에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조기 금리인상 전망이 후퇴하며 12일 유로·달러 환율은 모처럼 올라 1.06달러 선을 회복했다. 유로화와 엔화 가치가 최근 우려할 정도로 떨어졌다는 불안도 이날 달러 약세를 이끌었다.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 11일 1.0495달러로 1.05달러 선이 붕괴하며 지난 2003년 1월 이후 12년여 만에 최저치를 찍고 같은 날 달러·엔 환율도 122.03엔으로 7년 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엔저에 힘입어 12일 15년 만에 1만9000선을 돌파했다.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 그만큼 수출을 확대할 수 있어 경기부양 효과를 볼 수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최근 “유로화 약세가 국제유가 하락, ECB의 양적완화와 더불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를 회복으로 이끌고 있다”며 “잇따른 부양책이 디플레이션 만성화 전망을 차단하고 있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통화 약세가 수출기업에는 호재이지만 내수형 기업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캐리트레이드 활성화도 부담이다. 지금까지는 금리가 낮은 국가의 자금을 빌려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나라의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 통화로 엔화가 각광을 받았다. 최근에는 유로화도 캐리트레이드 통화로 부상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유로를 사들여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리랑카 등 아시아 신흥국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늘고 있다.
다만 캐리트레이드는 투기 성격이 짙어 외환시장에 혼란을 유발한다. ECB에 앞서 ‘아베노믹스’라는 공격적인 경기부양 행보를 취해왔던 일본에서는 이미 엔저 부작용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 BOJ는 달러·엔 환율의 마지노선을 125엔으로 잡고 있다. 달러·엔 환율이 최근 120엔 대를 돌파하자 일본 관료들도 초조함을 표시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자문인 혼다 에쓰로는 이달 초 “BOJ는 최근 저유가에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는 것에 과민반응을 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 시점에서 추가 부양책을 실시하면 연말 경기가 과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환율전쟁을 촉발했다는 비판도 ECB와 BOJ에는 부담이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올 들어 24개국이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을 완화했으며 이런 시류에 합류하는 국가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에서는 엔저가 계속 떨어지면 환태평양경제동반저협정(TPP) 협상에 불리해질 것이라는 불안도 제기됐다. 실제로 미국 의회에서는 환율조작 반대 조항을 넣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