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글로벌 유동성 빨아들이는 블랙홀

입력 2015-03-0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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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 고수익 기대감… 지난해 투자액 7090억 달러로 20% 쑥

▲최근 중국 안방보험그룹에 매각된 뉴욕 맨해튼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 (사진=AP/뉴시스)

#영화 ‘프리티우먼’에서 백만장자 역을 맡은 리처드 기어가 머물렀던 미국 뉴욕 맨해튼의 최고급 호텔인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이 지난해 10월 중국의 안방(安邦)보험그룹에 19억5000만 달러(약 2조1000억원)에 팔렸다. 이 호텔은 각국 대통령이나 유명 인사들이 맨해튼을 방문했을 때 기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69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위해 뉴욕을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등도 이곳에 머물렀다.

# 세계 3대 국부펀드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투자청(AIDA)은 지난해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스테이트타워 남산’을 5000억여원에 샀다. 3.3㎡당 약 2600여만원으로 평당 가격으로 국내 오피스빌딩 거래 사상 최고가다.

상업용 부동산이 글로벌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부상했다. 전 세계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5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엔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육박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더군다나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인기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9일 국제금융센터와 글로벌 부동산 중개·자문사인 존스랑라살르(JLL)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는 전년비 20.4% 불어난 7090억 달러를 기록했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최근 5년간 빠르게 확대돼 사상 최고 수준인 2007년(7580억 달러)에 근접했다. 작년 4분기 증가 규모는 2300억 달러로 분기 기준으로 역대 가장 높다.

◇美·英에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투자 절반 몰려… 韓 10위 = 국가별로 보면 지난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에 2691억 달러의 투자가 이뤄져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어 영국(1065억 달러, 15%), 독일(463억 달러, 6.3%), 일본(434억 달러, 6.1%) 순이었다. 한국은 10위(106억 달러, 1.5%)로 조사됐다. 미국과 영국이 전체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의 53%를 차지하고 있고, 상위 10개국은 83%를 차지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해외 부동산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며 “경제 규모 세계 13위인 한국도 주요 상업용 부동산 투자처 중의 하나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특징을 꼽아보면 외국인 투자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JLL에 따르면 주요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은 작년 말 51%로 집계, 절반을 넘어섰다. 2011년 42%로 떨어진 이후에는 3년째 꾸준히 상승했다.

또 부동산 투자를 가장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중국, 유럽이었다. JLL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에 따르면 미국은 작년에도 해외 부동산 투자를 75% 정도 늘렸다. 캐나다는 해외 부동산 투자액이 2013년 세계 4위에서 2014년 2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유럽은 영국,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지난 2년간 해외투자를 50%가량 확대했다.

◇中 보험사, 해외 부동산의 ‘큰손’ =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국외 부동산 사냥이 활발했다. 중국의 작년 해외 부동산 투자액은 165억 달러로 전년비 46% 증가했다. 이 중 상업용 부동산이 약 70%를 차지했다. 최대 투자지역은 유럽(55억 달러)이며, 미국, 호주 등에도 상당액을 투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해외투자 제재를 완화하고 위안화가 약세를 띠면서 중국 보험사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안방보험이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을 인수한 것을 비롯해 작년 12월에는 타이캉라이프(泰康人壽)가 2억 파운드에 런던 금융 중심가에 위치한 ‘밀턴게이트빌딩’을 매입했다. 올 1월에는 평안(平安)보험이 런던 도심의 ‘타워 플레이스’를 사들였다. 양광(陽光)보험도 미국 맨해튼의 ‘바카라 호텔’을 인수할 예정이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인기 배경은 무엇보다 2010년 이후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글로벌 저금리 하에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금이 대거 유입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로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관투자가들이 4~5%의 수익률을 내는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업용 부동산은 또 주거용 부동산에 비해 낮은 경기민감성, 안정적 수익, 인플레이션 헤지 성향 등으로 대체자산으로서 매력이 크다.

◇“상업용 부동산 거품 유의해야” = 올해 상업용 부동산 투자 규모도 글로벌 저금리, 경기회복, 투자자들의 자산배분 증대 등에 힘입어 전년에 비해 5~10% 증가한 7400억~76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활황세가 지속될 경우 투자 리스크가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JLL은 “이미 주요 오피스 시장 평균 수익률이 6%대에서 5%대로 하락했다”며 “상업용 부동산 가격의 추가 상승 시 투자수익률 하락으로 매력도가 저하될 수 있다” 고 분석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상업용 부동산 관심 폭증은 부동산 사이클이 피크 부근임을 시사한다”며 “현재로선 양호해 보이나 향후 거품 우려가 대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부동산 회사인 CBRE는 “확률은 낮지만 금리 상승과 유동성 축소가 급격히 진행될 경우 부동산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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