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임신이었잖아요. 그것도 고맙다던 유동근 선배님의 손길이 왜 그리 슬프던지.”
중장년층에겐 웰다잉(Well-Dying)을, 자식 세대에겐 효(孝)의 의미를 되새겼다. 지난달 15일 막 내린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는 43.1%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의 깊은 공감을 이끌었다. 마냥 자신 밖에 모르던 딸은 아버지의 시한부 사실을 알게 된 뒤에야 비로소 제 짝도 만나 가족과 인생의 몰랐던 가치를 발견한다. 그렇게 인생은 또 나아간다. 극중 차강심 역을 맡은 탤런트 김현주를 5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강심이를 보면서 감정 몰입했죠. 아버지를 잘 못 챙겼잖아요. 얄미운 행동도 집에서 실제로 제가 하는 느낌과 오버랩 됐어요. 다들 그렇지 않나요? 너무 똑같잖아요…”
부모 정성에 비할 자식 마음이 있을까. 순봉(유동근)은 강심(김현주)를 비롯한 삼남매에게 갑작스럽게 불효청구소송을 내건다. 소송 취하 조건으로 강심은 3개월 동안 10번의 맞선을 봐야 한단다. 알고 보니 위암에 걸려 죽음을 앞둔 아버지 순봉이 이기적인 자식들을 염려한 특단의 조처다. 결국 강심은 대오 그룹의 2인자 문태주(김상경)과 결혼에 골인한다. 이 과정에서 딸 강심과 아버지 순봉은 점차 심리적 거리 또한 가까워진다.
“아버지가 말 걸 때 예쁘게 대답할 수 있었잖아요. 그럼에도 상처를 받게끔 했죠. 아버지 병을 알고는 나름대로 남은 시간을 잘 보내려고 했는데, 아버지 덕분에 잘 보낸 거지요. 그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추억이 다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어렸을 때 함께 한 추억은 아무래도 아버지만 기억할 수 있으니까요.”
극중 아버지 순봉과 차씨 집안 장녀 강심은 점차 애틋한 부녀 관계로 변모했다. 김현주는 “대본이 일찍 나와 있으니까, 언제부턴가 아버지를 못 보겠더라. 눈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라며 “나중에 위암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들킨 순봉의 병실에 찾아간 장면은 물론, 아버지 순봉이 술에 취한 장면 등을 촬영할 때 몹시 슬펐다. 극중 고모는 아버지의 병을 모르는 상태기 때문에 밝게 촬영해야 했는데도 사실 출연진 모두 울음바다가 됐다”고 촬영 에피소드를 전했다.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차츰 넓혀간 극중 관계와 달리, 김현주는 “극 초반이었는데 불구, 아버지가 밥 먹으라고 쫓아다니는 장면에서도 통하는 마음이 들었다”며 아버지 역의 유동근과 연기 호흡에 남다른 감회를 느꼈다. 실제로 주변에 흔하게 존재하는 부녀 관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제가 촬영장에서 아버지(유동근)에게 잘 했다기 보다는 툭툭 거렸죠. 실제 아버지와 딸처럼요. 살갑기로는 박형식군이 잘 했는걸요.”
그도 그럴 것이 김현주는 “결혼식 장면을 촬영할 땐, 마치 진짜 내 아버지 같이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압권이었어요. 풀샷으로 촬영하는데, 손을 잡고 신부 입장하는데 거리가 꽤 길더라고요. 옆에 아버지를 이렇게 보니, 제가 실제로 결혼하는 것 같았죠. 팔짱을 끼고 있는데 ‘이걸 놓는다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김현주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움, 유동근한테 채웠죠” [스타인터뷰②]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