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찰, 넴초프 추모 시위 참여자 무더기 체포…우크라이나 국회의원도 포함

입력 2015-03-0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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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넴초프(55) 러시아 전 부총리. (사진=블룸버그)

1일(현지시간) 러시아 곳곳에서 이틀 전 피살된 저명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55) 전 부총리를 추모하는 거리행진이 열린 가운데 모스크바 경찰 당국이 시내에서 추모 시위를 하던 이들 중 50여명을 치안을 어지럽힌 혐의로 체포했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보도했다. 이 가운데에는 우크라이나 최고회의(국회)의 알렉산드르 곤차렌코 의원도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나라의 국회의원을 경범죄로 구속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긴장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모스크바에서는 수만명의 시민이 손에 넴초프의 사진과 꽃, 초 등을 들고 나와 크렘린궁이 살해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거리행진이 시작된 모스크바 타이고로드 광장 주변에는 오후 2시께부터 수천명의 인파가 모여들었고 오후 3시 15분께에는 넴초프가 사망한 크렘린궁 옆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모스트 방향으로 행진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넴초프의 사진과 함께 ‘나는 두렵지 않다’, ‘투쟁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하원 의원 드미트리 구트코프, 넴초프와 함께 반정부 운동을 펼쳐온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총리, 또 다른 저명 야권 지도자 일리야 야쉰 등이 행렬을 이끌었다.

러시아 경찰 당국은 시위 현장 주변에 대규모 경찰 병력과 대테러부대 ‘오몬’ 병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다행히 경찰과 참가자들 간 큰 충돌은 없었다.

다만 모스크바 경찰은 치안을 어지럽힌 혐의로 50여명을 체포했다. 이 중에는 우크라이나의 곤차렌코 의원도 포함됐다. 그는 지난해 5월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오데사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오데사에선 당시 친서방 우크라이나 정부 지지자들이 반대론자들이 모인 노조 건물에 방화함으로써 약 50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한 바 있다. 곤차렌코 의원은 이번 시위 참여와 관련해선 별 혐의없이 풀려났다.

주요 언론은 러시아 경찰이 곤차렌코 의원을 구속한 것은 러시아 야당 세력과 연계를 도모하는 우크라이나 측을 견제할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곤차렌코 의원은 유럽평의회 의원 회의의 구성원으로 불체포 등의 외교 특권을 가지고 있다.

한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2월 27일에 일어난 넴초프 살해 사건에 대해 러시아 당국에 “철저하고 투명한 실체가 있는 조사”를 요청하고 실행범 뿐만 아니라 암살을 지시한 배후 세력까지 수사를 하도록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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