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경제개혁안 승인…한 고비 넘긴 그리스, 아직도 갈 길 멀다

입력 2015-02-25 09:07수정 2015-02-2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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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 6월 말까지 4개월 연장…IMF·ECB, 불만 표시 등 불확실성 여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체인 유로그룹이 경제개혁안을 승인하면서 그리스가 한 고비를 넘겼다.

유로그룹은 24일(현지시간) 전화회의를 열어 그리스가 전날 밤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대외채권단에 제출한 경제개혁 리스트를 검토해 승인하기로 했다.

유로존 회원국 의회의 승인 절차를 남겨놓고 있지만 당초 2월 종료 예정이었던 구제금융은 사실상 6월 말까지 4개월 연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그리스는 트로이카로부터 개혁안을 잘 이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4월 말 72억 유로(약 9조655억원)의 구제금융 분할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된다.

그리스 개혁안은 탈세 방지와 부패 척결, 지하경제 단속 등을 통해 재정수입을 확충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무원 조직 축소와 노동시장 개혁, 무보험 실업자층에 대한 주거와 의료 서비스 제공 방안도 담겼다.

또 그리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공기업 민영화를 되돌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최저임금 인상에 신중을 기하고 공공 부문 임금 시스템도 개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리스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평가다. 카르스텐 브루제스키 ING디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승인은 평화 협정이 아니라 휴전일 뿐”이라며 “그리스 채무문제에 대한 의문은 풀린 것이 아니라 연기됐다”고 꼬집었다.

특히 트로이카 당사자인 IMF와 ECB가 그리스 개혁안에 불만을 표시해 일말의 불안감을 남기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개혁안이 구제금융 연장에는 충분하지만 일부 분야, 특히 연금정책과 부가가치세, 노동시장 등 중요한 분야에서 그리스 정부가 지난 2012년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지는 않았다”고 꼬집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라가르드와 비슷한 어조로 “그리스 정부의 현 개혁안은 일부 부문에서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유로그룹은 성명에서 “그리스 정부가 개혁정책 리스트를 더 발전시키고 확대시켜 나가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구제금융 연장에 따른 자국 내 반발 여론도 완화시켜야 한다. 당초 시리자가 총선에서 승리한 가장 큰 이유는 긴축 정책의 폐지였는데 이를 지키지 못한 셈이기 때문이다.

92세로 유럽의회 최연로 의원이자 시리자의 대부인 마놀리스 글레조스는 지난 20일 구제금융 4개월 연장안이 나오자 “생선을 고기라고 이름만 바꾼 격”이라며 “정부는 국민을 기만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해명해야 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개혁안 승인에 시장은 환호했다. 유럽증시가 일제히 오른 가운데 그리스 아테네증시는 9.8% 급등했으며 그리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8.57%로 1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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