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주열 한은 총재 “‘환율전쟁’ 표현 부적절”

입력 2015-02-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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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 연 2.0%인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는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세계 각국이 통화 완화정책을 펼치면서 ‘환율전쟁’이 격화하는 분위기다. 한국도 영향권 아래 들었다고 볼 수 있나.

-여러 나라가 침체된 경기 회복세를 높이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방지하기 위해 통화 완화정책을 펴고 있다. 그 결과 환율이 영향을 받고 있지만, 각국의 통화완화 정책을 ‘환율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원화가 엔화·유로화 등 달러화를 제외한 여타 통화 대비 강세다. 이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어떻게 판단하나.

-미국은 금리 정상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데, 미국 이외의 많은 나라가 통화완화 정책을 펴는 등 상반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 강세, 여타통화 약세가 펼쳐지고 있다.

달러화 이외 개별국 통화의 움직임도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유의하고 있다. 특히 엔화와 유로화에 대한 원화 강세 현상을 예의 주시해서 지켜보고 있다. 엔화 대비 원화 강세로 대(對) 일본 수출이 지난해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대 유럽연합(EU) 수출은 지난 1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위안화 대비 원화 환율은 비교적 안정 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이 통화완화 정책을 펼치는데 한국이 금리를 동결하면, 상대적으로 긴축 기조가 되지 않나.

-지금 통화완화 정책을 펴는 나라들은 성장세가 대단히 미약하고, 물가가 제로에 근접하거나 마이너스인 곳이다. 이런 나라들의 통화완화 정책에 따른 원화 환율 변화를 두고 일률적으로 한국의 통화정책이 긴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로 유로화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은. -ECB의 완화 정책으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여 국내 수출에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다. 올해 1월 대 유럽연합(EU) 수출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낸 데는 환율 수준도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완화정책으로 EU 경제의 회복세가 높아진다면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 요인이다.

△현 경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통화정책이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하나.

-신용량, 실질금리 수준 등 여러 가지 지표를 보더라도 현재 통화정책 기조는 실물경기를 제약하는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경제가 한은의 전망대로 성장하고 있는 것인가.

-지난달 올해 경제 성장률을 3.4%로 전망하면서 회복세가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봤다. 전망을 내놓은 이후 한 달간의 흐름을 갖고 기존 전망을 바꿀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

△1월 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 성장세가 작년보다 좋을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는 것인가.

-설 연휴가 1월에 있느냐 또는 2월에 있느냐에 따라 1월 지표는 달라지기 때문에 한 달간의 수치로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경제 성장을 둘러싼 하방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부분적으로 해소된 측면이 있어 전체적으로 상·하방 리스크가 (한국 경제에)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봐야 한다.

△한·일 통화스와프 중단에 대한 생각은.

-한·일 통화 스와프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은 우리 금융시장 상황이 안정적이고 거시경제 여건도 건실하다는 것을 고려한 결정이다. 한국의 외환건전성은 상당히 양호하고 36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고가 있다. 이에 따라 경제 여건 면에서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역내 다자간 금융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 재원이 대폭 확충된 점도 고려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경제와 외환시장 여건이 어렵다면 적극적으로 통화스와프 체결에 나서야겠지만, 현재는 물론 시계를 넓혀보더라도 당분간은 외환 여건과 관련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 금리 인하 이후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오르는 등 자산 시장 회복세가 나타났다. 이에 대한 평가는.

-주가(코스피)는 크게 상승하지 않고 일정 수준에 머물러있는 상황이다. 반면 통화완화 정책을 편 나라나 경기 회복세가 강한 미국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 주가의 회복세는 현재로서는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거래량이 늘어나고 관련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큰 폭은 아니지만, 가격도 오르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는 고령화, 가계부채 등 구조적 요인 때문에 여전히 미약하다.

△국제통화기금(IMF)측이 연례협의후 실질실효환율을 언급하면서 2분기 중 대응 여부를 판단할 필요성에 대해 얘기했는데.

-최근 달러화가 강세였지만 여타 통화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에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다소 절상(원화가치 상승)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금리 인하 이후 실물경제 진작 효과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금리 인하 효과가 실물경제에 미치려면 2∼3분기 시차가 있다. 효과가 가장 먼저 미치는 금리·신용 등 금융경로는 인하 효과가 작동하고 있다. 실물경제에는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는 데, 두 차례에 걸쳐 금리가 0.5%포인트 내려갔기 때문에 소비와 투자에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이다. 다만, 대외여건과 경제주체의 심리가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구조적 요인이 심화됐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과거보다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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