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글로벌 통화전쟁 속 2월 기준금리 연 2.0%로 동결

입력 2015-02-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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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17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2.0%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사상 최저 수준을 넉달째 유지했다.

특히 최근 세계 주요국들이 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춰 통화량을 늘리는 이른바 ‘통화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정임에 따라 주목을 끈다. 하지만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은 여전하다. 1분기 지표가 부진하고 원화절상이 큰폭으로 이뤄진다면 한은도 2분기에 자국 통화가치 끌어내리기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임계점’ 이른 가계빚‧ 정책당국의 동결의지 =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주된 배경에는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부채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경기 회복세가 신통치 않지만 추가로 금리를 내리면 저금리와 정부의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로 급증한 가계빚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 가계빚(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은 지난해 9월말 현재 사상최대인 1060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올 1월 현재까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은행 가계대출이 이례적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정책당국의 금리 동결 의지가 확고했다. 지난달 유럽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시행한 이후 글로벌 통화전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도 기준금리 인하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이 금리인하보다는 구조조정에 방점을 두며 입을 맞췄다. 특히 작년 기준금리 방향성을 사실상 이끌어온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인상보다는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추가 금리인하 기대를 진화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시계가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점도 금리인하 여지를 줄였다. 최근 연준 총재들은 잇따라 금리인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연준이 오는 6월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은 자본유출에 대비해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돌릴 수밖에 없는 압력을 받게 된다.

◇18개국 금리인하…커지는 인하 압력 = 싱가포르, 호주, 스웨덴 등 최근 두달간 세계 18개 국가가 잇따라 정책금리를 내리며 글로벌 통화전쟁에 돌입했다.

1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통화정책을 변경한 국가는 작년 12월 3개국과 올해 21개국 등 모두 24개국으로 집계됐다. 24개국 중에서 금리를 올린 브라질과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22개국이 통화 완화에 나섰다. 기준금리를 내린 국가는 작년 12월 10일 아이슬란드부터 이달 12일 스웨덴까지 18개국에 달했다.

이렇게 세계의 중앙은행들이 통화가치와 디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금리인하에 나서면 대외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금리인하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아직까지 원‧달러 환율이 1090~1110원 범위에서 등락하며 원화 가치가 급격하게 절상되지는 않았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정부와 한은이 가계부채를 우려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이 너무 낮은 수준도 아닌 상황에서 환율 때문에 굳이 급하게 기준금리를 내리진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한은의 기존 입장을 보더라도 올해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보다 더 내리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2분기 추가인하론’ vs ‘올 기준금리 하한선은 2.0%’= 하지만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도미노식으로 퍼짐에 따라 추가 금리인하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 국내 물가상승률이 0%대에 머물면서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는 진단이다.

또 작년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더 나을 것이라는 예상이지만 심리와 실물 지표 모두 불안한 조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지표를 확인한 4월이 기준금리 방향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정부와 한은이 위축된 경제심리를 달래줘야 하고 가계부채 문제도 있기 때문에 적어도 1분기에는 금리를 동결하겠지만 1분기 지표를 확인한 4월에 나쁜 것으로 확인할 경우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금리 정상화도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아 상반기까지는 금리인하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 경기가 부진하고 물가도 낮아 경기를 부양할 필요성이 상당히 크다”며 “글로벌 환율전쟁까지 벌어진 상황을 고려하면 한은도 어쩔 수 없이 2분기 중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주요 연구소들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남겨뒀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5일 ‘최근 대내외 거시경제여건과 향후 거시안정정책의 과제’ 보고서를 통해 “대내외 여건이 당초 기대보다 악화된다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 10일 ‘미국과 금리차 축소, 금리 인하 큰 걸림돌 아니다’ 보고서를 통해 미국 등 선진국과 금리 차이가 줄어들더라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우려만큼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한은이 앞으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만한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은이 글로벌 환율전쟁에 금리조정보다는 ‘미시적’ 통화완화책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한은이 최근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해 주택금융공사에 추가 지분 출자를 검토하는 것 등은 통화정책의 변화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며 “중앙은행의 변화된 역할에 대해 고민하던 이주열 총재가 금리정책에만 머무르기보다 필요한 곳으로 돈이 흘러갈 수 있도록 미시적이며 스마트한 통화완화책을 적극적으로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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