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IS와의 전쟁…오바마에게 찾아온 ‘결정의 순간’

입력 2015-02-0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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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국제팀장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0년에 펴낸 회고록 ‘결정의 순간들(Decision points)’에서 8년의 재임기간 중 이라크전쟁에 미군을 보낼지 말지를 결정할 때가 가장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파병을 결정하는 데에는 슬픔과 부담이 따른다는 것을 알았기에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가 어려운 결정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당시 파병을 결정하고 ‘악의 축’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해 자국민 보호와 세계평화에 이바지한다는 대의명분이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2003년 3월 20일부터 4월 14일까지 26일간 계속된 이라크전쟁에서는 미국·영국·호주 등 연합군 12만5000여명 중 미군 117명, 영국군 30명이 전사하고 400여명이 부상, 종군기자 10명 외에 민간인 1253명 이상이 죽고 부상자만도 5100여명에 달했다.

무엇보다 부시를 참담하게 한 건 사담 후세인 정권에 WMD의 실체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는 회고록에서 “이라크에서 대량 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았을 때 나보다 더 충격을 받고 격분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걸 생각할 때마다 쓰라림을 느꼈고, 아직도 그렇다”고 털어놨다.

결국 부시는 ‘이라크의 자유’보다는 미국의 실리를 챙기기 위한 전쟁을 벌였다는 비난을 받고 임기 말 30%라는 최악의 지지율로 쓸쓸히 퇴장해야 했다. ‘전후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도 붙었다.

이런 오명을 안았던 미국이 다시 테러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상대는 이라크와 시리아에 걸친 방대한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사담 후세인의 후예인 이슬람국가(IS)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조달러 규모의 2016년도 예산안에 국방예산만 5343억달러를 배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7.8% 증가한 것으로 이 가운데 88억달러가 대 IS와의 전쟁에 쓰인다고 한다.

IS는 최근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씨를 참수한데 이어 요르단 조종사를 산 채로 화형시키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새로운 ‘악의 축’으로서 국제사회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자발적인 국제 연합군을 이끌고 IS에 대한 군사작전을 개시했지만 공습만으로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해 시리아 정세는 점점 혼란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 2016년 대선에서 8년 만에 백악관 탈환을 노리는 공화당은 IS 대응에 대한 미흡한 점과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오바마 정권의 실책을 꼬집으며 오바마를 자극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부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린 셈이다.

부시의 전철을 밟더라도 오바마에 대한 평가는 부시와 다를 수 있다. 부시의 회고록 ‘결정의 순간들’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부시는 2001년 9·11 동시다발테러 이후 ‘믿음의 사람’이 ‘전쟁 대통령’으로 돌변했다며 자기연민을 리더의 자질로 자평하고 이라크 침공을 합리화, 독자들로부터 혀를 내두르게 했다.

흔히 “정치가는 역사를 위해 연기한다”고들 말한다. 오바마 역시 후세에 좋은 평가를 받고자 연기에 매진해야 할 시점이다. 테러에 굴하지 않고 테러를 봉쇄하는 데 국제적인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IS의 극악무도한 만행에 같이 장단을 맞춰선 안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다시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면 우방국들 역시 자국의 아들들을 보낼 수밖에 없다. 빅브라더로서 다른 나라에까지 어려운 결정을 강요하는 셈이다.

IS의 테러 수법은 과거 후세인 정권과는 다르다. 과거의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 전략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만큼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인터넷과 SNS 등을 적극 활용하고 특정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차별을 부추기는 헤이트 스피치 등은 자제해야 한다. 또한 테러 근절을 위해 각국과의 연계를 강화하면서 이슬람 사회와 어느 때보다 긴밀한 의사 소통을 도모해 나가야할 것이다.

후일 오바마 회고록이 나온다면 그는 8년의 재임기간 중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언제로 꼽을까. 지금이 오바마의 임기 중 가장 어려운 결정의 순간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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