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엔씨, 경영권 다툼의 결말은?…사외이사 임명으로 봉합가능성 높아

입력 2015-01-28 17:47수정 2015-01-2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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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엔씨소프트에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자, 각종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일단 칼자루는 엔씨소프트의 지분 15.08%를 보유, 최대주주인 넥슨이 쥐고 있는 만큼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기업의 문화가 워낙 달라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고, 인수합병에 따른 자금적인 출혈도 5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돼 사실상 사외이사 임명 수준으로 봉합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넥슨 적대적 M&A 시도하나? = 김정주 넥슨 회장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최대주주라는 점을 내세워 3월28일로 예정돼 있는 엔씨 주주총회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을 몰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표이사를 해임해야하는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돼야 하는데 조건이 까다롭다. 주주 절반이 주총에 참석해야하고, 이 가운데 3분의2가 해임에 찬성해야한다. 또 찬성표가 전체 주주의 3분의1을 넘어야 인정이 된다. 즉, 넥슨이 이번 싸움에서 확실히 이기기 위해서는 확보해야할 지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 표 대결 시 승산은? = 각자 보유한 주식으로는 15.08%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에 앉아있는 김정주 대표가 유리하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국민연금 때문이다.

표 대결로 흐르면 일단 4대 주주로 있는 국민연금이 ‘키플레이어’가 된다. 국민연금은 6.88%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만약 국민연금이 김택진 대표의 편을 들면, 김 대표가 보유한 9.98%의 지분과 합해 16.86%의 지분이 모아져, 김정주 회장이 보유한 15.08%를 넘어서게 된다. 반대로 국민연금이 김정주 회장으로 돌아서면 그야말로 ‘게임 오버’다.

김택진 대표에게는 비장의 카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자사주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발행주식수 가운데 8.93%가 회사가 보유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형태로 남아있다.

만약 엔씨소프트가 자사주를 우호적인 회사에게 팔아 자신의 편을 들게하는 ‘블록딜’을 맺으면 김택진 대표가 우호세력을 포함해 18.91%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므로 충분히 넥슨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

김택진 대표가 만약 블록딜에 실패하면, 김 대표 본인이 자사주를 개인자금으로 매입하는 방법도 있다. 자사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양사의 인수합병 소식에 주식이 상한가를 치면서 28일 종가인 21만7000원 기준으로 약 4250억원에 달한다. 인수합병 이슈가 지속되면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자사주 매입에 필요한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김 대표의 입장에선 어떻게든 자사주를 매입해야 하므로,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라도 이를 인수하려 할 것이다.

엔씨소프트를 합병하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것 외에 김정주 회장에게는 또 다른 걸림돌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이다.

공정위는 27일 넥슨이 엔씨소프트지분을 매입하거나 임원을 선임해 기업지배 관계에 변동이 있을 경우 기업결합을 재심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1, 2위 기업인 만큼 독점 가능성이 있어서다.

◇ 사외이사 선임으로 갈등 봉합 가능성 높아 = 복잡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적대적 M&A는 당분간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넥슨이 주주권을 행사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엔씨소프트를 서서히 장악해 나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정관을 보면, 이사진 정원은 7명으로, 김택진 대표를 비롯한 사내이사 4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이다. 모두 김택진 대표측의 사람들이다.

넥슨이 자신의 사람을 사외이사로 심는 방법은 정관을 바꿔 정원을 늘리거나, 정관은 그대로 두고 대대적인 이사진의 교체 등 두 가지다. 어떤 형태로든 넥슨은 가장 먼저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꿰차려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회사의 현금흐름을 쥐면서 장악력을 넓혀나갈 수 있어서다. 따라서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회장이 서로 실력행사를 통해 어느정도 수준에서 합의에 다다를 것이란게 업계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 상한가 언제까지? = 고래 싸움이 격화되자 새우의 등이 위태로워 지고 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참여를 선언한 다음날인 28일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즉각적으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이는 엔씨소프트의 주가 상승이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에 의해 촉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사의 경영권 다툼이 끝나기 전까지 주가는 계속 급등할 전망이다.

문제는 조건부 합의를 이끌어 냈을 경우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그 자리에서 하락세로 전환하거나 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전문가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한다.

한승택 하나대투 연구원은 “넥슨 측이 최대주주 지위에 맞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함과 동시에 엔씨소프트의 실적을 압박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본다”며 “넥슨이 지분 경쟁에 나서기 보다 이사진 참여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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