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 감사는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일련의 사태가 마무리되고 신임 윤종규 회장님 겸 은행장님을 중심으로 조직결속을 다져가며 새롭게 출범하는 현 시점에 즈음해, 새로운 경영진의 분위기 쇄신과 경영비전 구현에 힘을 보태기 위해 감사직을 사임하는 것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과정의 감사보고서 작성 및 금융감독원에 대한 보고 건에 대해선 “원칙에 입각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과 설득을 다했다”면서도 “금융당국 책임자, 임영록 전 회장, 이건호 전 행장, 사외이사 등을 포함한 관련 임직원분들이 물러나는 변화 속에서 내심 번민의 나날을 보냈다”고 그간의 소회를 전했다.
그는 “제 부덕의 소치로 많은 임직원 여러분들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올해는 임직원 여러분의 열정과 지혜를 모아, 국민은행이 명실상부한 리딩뱅크로 비상하는 원년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정 감사는 지난해 4월 국민은행의 주 전산기 교체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감사보고서를 작성, 이사회에 채택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금융감독당국에 감사보고서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외부로 알려진 주 전산기 교체 논란은 결국 전임 KB금융 회장과 행장의 내분 사태로 번지며, 회장ㆍ행장이 모두 사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KB사태 당시 국민은행 이사회 멤버로 참여했던 사외이사들과 지주사와 은행의 일부 임원들은 물론 지주사 사외이사들까지 이미 사퇴하거나 오는 3월 주주총회 이후 사퇴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KB사태의 핵심 당사자 중 홀로 남은 정 감사의 사임 역시 예정된 수순일 것으로 관측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