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금융인 릴레이 인터뷰]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 “저도 ‘未生’ 선 차장 시절 있었죠”

입력 2015-01-07 10:26수정 2015-06-12 09:2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성차별·워킹맘 역경딛고 신한은행 첫 여성임원에

‘차별을 노력으로 이겨낸 여성 금융인’.

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에게 붙은 타이틀이다. 남녀차별이 당연시되던 1970년대 말 은행에 입사한 그는 지난 36년간 한시도 쉬지 않고 현장을 누볐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앞장서 일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지론이 바탕이 됐다. 그 결과 신 부행장은 신한은행 최초의 여성 임원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그는 후배 여성 금융인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고 조언한다. 결과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끊임없이 자아를 단련시키면 ‘수적천석(水滴穿石)’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시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신순철 부행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장세영 기자 photothink@)

◇“남녀차별, 노력으로 뛰어넘어라”= 신 부행장은 1979년 조흥은행에 입사했다. 당시 여성 행원은 공과금, 입출금 등 단순 업무에 배치됐다. 단지 여자란 이유만으로 남성보다 호봉도 낮았다.

“똑같은 업무를 하는데 남자 직원이 더 많은 급여를 받을 때였어요. 부당하다고 느꼈죠. 행원 전환고시에 통과해 ‘그들과 같은 위치에 서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결국 피나는 노력 끝에 4년 만에 시험에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신 부행장의 바람과 달리 차별의 벽은 쉽사리 낮아지지 않았다. 당시 대출·당좌·서무 업무를 보는 남성 행원에게는 보조인력이 투입됐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지원도 없었다.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다 보니 늘 시간에 발목이 잡혔다. 밥을 거르는 게 일상이 됐고 퇴근이 가까워질 때면 몸은 녹초가 됐다.

하지만 신 부행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일의 우선순위를 따져 시간을 분배했다. 자신이 챙겨야 할 것들을 다이어리에 꼼꼼히 적어 두고 업무 누수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다 보니, 순발력이 많이 늘었어요. 프로젝트를 맡으면 업무를 어떻게 진행해야겠다는 계획이 그려져요. 차별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이 결국 제 능력이 된 셈이죠.”

◇“여성의 강점인‘섬세함’을 앞세워라” = 신 부행장이 기업금융 지점장으로 일할 때다. 그는 신한은행과 단 한 차례도 거래하지 않았던 중소 유통업체를 찾았다. 해당 업체의 성공 가능성을 보고 거래처로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처음 신 부행장을 본 유통업체 사장은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당시 기업금융 시장은 남성 직원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신 부행장은 굴하지 않고 특유의 부드러움과 꼼꼼함으로 업체 사장을 설득시켰다. 또 유통업에 필요한 금융 자문을 꼼꼼히 챙겼다. 사내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업권 전망, 해외 사례 등 은행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했다.

결국 몇 달 후 이 업체는 사옥 신축에 필요한 자금을 기존 거래 은행이 아닌 신 부행장에게 요청했다. 그는 곧바로 신용대출을 진행했다. 작은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이뤄낸 성과였다.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유통업체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고 현재 신한은행의 우수고객으로 관리되고 있다.

“고객들의 감성적인 부분까지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어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진정성을 갖고 고객을 위하려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워킹맘, 죄책감 갖지 말고 끝까지 버텨라”= 최근 신 부행장은 팀원들의 권유로 드라마 ‘미생’을 시청했다. 그는 극중 워킹맘 선 차장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육아로 고민하던 때를 떠올렸다.

1980년대 여성 행원에게는 60일(영업일 기준)의 출산휴가가 주어졌다. 산후조리를 마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베이비시터가 흔치 않았던 때라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 이에 대부분의 여성 행원들은 출산과 함께 퇴사했다.

그러나 신 부행장은 꿈을 이루기 위해 산후조리를 마치자마자 은행으로 돌아왔다. 시부모님께서 흔쾌히 아이를 맡아 주셨다.

“일을 다시 시작할 때 남편이 가장 많이 응원해 줬어요. ‘집에서 살림만 하기에는 당신의 능력이 너무 아깝다’고 말해 주더군요. 가족은 정신적 서포터스일 뿐만 아니라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에요.”

그는 워킹맘에게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조언한다. 아이의 성장과정을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가족들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을 표현하세요. 당당히 일하는 아내를 그리고 엄마를 자랑스러워 할 거예요. 지금의 저희 가족처럼요.”

◇ICTㆍ금융 융합 트렌드 선도 = 지난해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정보 유출 방지 시스템 및 보안관제 프로세스를 정비한 신 부행장은 최고정보책임자(CIO)답게 고객 정보 강화에 더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전산업무는 현장에서 필요한 IT를 지원해 주는 일이에요. 영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을 계획입니다. 정부 정책과 국내외 환경에 맞춰 잘 대응하겠습니다.”

조직관리에 있어서도 멋진 하모니를 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 부행장은 “누구 하나 잘한다고 해서 조직이 돌아가진 않는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멋진 화음이 나온다. 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