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빅 3’로 꼽히던 정세균 의원이 26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당권경쟁 구도가 후보 등록을 앞두고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빅 3에 맞설 ‘다크호스’로 주목을 받아온 김부겸 전 의원도 출마에 부정적인 태도여서 일단은 박지원, 문재인 의원의 양자대결로 전당대회 판도가 재편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당 내 성명파 의원들이 문ㆍ박 두 의원에 대해 “나오지 말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의원은 후보등록일(29~30일)을 코앞에 두고 고심 끝에 ‘불출마’ 결정을 내렸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변화와 혁신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정치연합의 혁명으로, 이것이 국민의 요구이고 당원동지의 열망”이라며 “저는 국민의 요구와 당원동지 여러분의 열망에 부응하고자 2·8 전대의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저는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분열이라는 악마와 싸우고, 좌절이라는 유령과 맞붙고, 과거의 환상을 부수는데 앞장서겠다. 이번 전대가 통합과 희망, 미래를 함께 녹이는 혁명적 용광로가 되도록 미력이나마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다른 분들의 출마 문제에 대해선 그분들이 원래 다 무게 있는 정치인들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일단 세 사람이 경쟁하는 모습은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많은 당원동지들의 생각이고 국민적 관심사라 제가 마음을 비우고 밀알이 되겠다고 결정했다”며 ‘빅3’로 불렸던 문재인·박지원 의원에 대해 우회적인 불출마 압박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빅3 불출마’를 촉구했던 성명파 의원 29명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정 의원의 전대 불출마 선언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이제 전대를 준비하는 모든 분들도 선당후사와 구당정신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깊이 고민하고 결단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며 문·박 의원의 불출마 결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문ㆍ박 의원은 정 의원의 출마 포기와 당 대표 경선을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문 의원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대경포럼’ 창립행사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국민 모두에게서 박수받는 훌륭한 전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실상 출마 쪽에 무게를 실었다. 박 의원도 정 의원의 불출마와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서 “정 의원이 계획했던 당의 혁신과 총선·대선 승리를 위해서 정 전 대표를 모시고 제가 잘 하겠다고 다짐한다”며 완주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처럼 박·문 의원은 정 의원의 불출마와 성명파 의원들의 거듭된 압박에도 출맣겠다는 의지를 다져 2강체제의 불꽃튀는 맞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당초 이날 중 불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었던 김부겸 전 의원은 빅 3 불출마 촉구 성명을 낸 의원모임의 끈질긴 만류에 따라 주말로 결정을 미뤘지만 생각을 바꿀 여지는 적은 편으로 보인다.
한편, 당내 ‘빅3 불출마론’을 펴왔던 비노 진영을 중심으로 문·박 의원에 맞설 ‘대항마’를 낼 것으로 보여 또 다른 3강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