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1998년 외환위기 재현 우려…같은 점과 다른 점은?

입력 2014-12-1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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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제도ㆍ외환보유고ㆍ외채 축소 등이 위기 탈출 여력 제공할 것으로 기대

▲현재 신흥시장의 혼란과 1998년 외환위기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소개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거리에 환율 현황판이 걸려 있다. (AP뉴시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신흥시장 통화가 동반 추락한다. 베네수엘라는 금융위기 진창에 빠졌고 러시아는 루블화 가치 급락 속에 디폴트(채무불이행)의 수렁으로 침몰하고 있다.

바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의 모습이다. 현재 신흥시장이 겪고 있는 위기가 16년 전과 놀랄 정도로 흡사하다. 그럼에도 이런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돌파구는 여전히 있다면서 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시간) 1998년 외환위기와 현재 신흥시장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소개했다.

유가 하락과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은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55달러 선으로 연중 최고점이었던 6월 이후 48% 하락한 상태다. 이는 원유 수출국인 베네수엘라와 러시아, 나이지리아 등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중앙은행은 유가가 내년에 배럴당 60달러 선을 지속하면 자국 경제가 마이너스(-)4.7%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집계에서 주요 신흥국 20개국 통화 가치는 지난 15일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대비 루블화 가치는 사상 처음으로 64루블 밑으로 떨어졌고 터키 리라화도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이는 1998년 한국과 태국 등 아시아 각국 통화가 날개없는 추락을 지속하던 때와 비슷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는 상황도 비슷하다. 연준은 1990년대 중반 잇따라 금리를 올려 아시아 외환위기와 러시아 디폴트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러나 신흥국들은 외환위기 이후 환율제도를 개선하고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확보하는 등 위기 재현을 막고자 노력해왔다고 통신은 전했다.

외환위기를 통해 고정환율제의 위험을 깨달은 신흥국들은 변동환율제로 전환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화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집계에 따르면 1999년 신흥시장 외환보유고는 총 6590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8조1000억 달러(약 8800조원)에 이른다.

외채 비중이 적어진 것도 긍정적이다. 이제 신흥국 정부들이 자국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돼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빼내 외채를 상환해야 할 위험이 적어진 것이다. IMF는 신흥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9년의 40%에서 지난해 26%로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일부 신흥국은 환율방어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1998년 당시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수준이라는 평가다. 러시아는 전날 기준금리를 17%로 종전보다 6.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그러나 1998년에는 러시아의 일부 단기 금리가 100% 이상으로 치솟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브라질 기준금리도 11.75%로 높은 편이나 1998년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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