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넛지’를 통한 범죄 예방

입력 2014-12-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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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제일기획 GSCS1팀 프로

‘넛지(Nudge)’는 팔로 쿡쿡 찌른다는 뜻을 지닌 단어로, 사람들의 행동에 은근슬쩍 변화를 유도하는 것을 일컫는 개념이다. 강제성 없이 초기 기본 조건의 변화나 작은 유인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 문제나 정책 분야에서 ‘넛지’라는 개념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1980년대 당시 고속도로에 버려지는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미국 텍사스주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법을 제정하고 벌금을 늘리는 강제적인 방식 대신 ‘고속도로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개념없는 짓이고 창피한 일이다’라는 인식을 심기 위한 ‘Don't Mess with Texas(텍사스를 더럽히지 마)’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캠페인 효과로 1년 만에 쓰레기가 29% 감소하고 6년 후에는 72%가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

최근 부산경찰청과의 협업을 통해 ‘넛지’ 개념을 활용한 범죄를 예방하는 솔루션을 만들었다. 부산경찰청이 관할 내 취약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마!라이트’ 캠페인이 바로 그것이다.

이 캠페인은 환경이 지저분하거나 열악하면 범죄가 자주 발생한다는 범죄학 이론에서 착안해 환경 디자인을 통한 범죄 예방 솔루션(셉테드; Crime Protec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에 ‘부산’이라는 지역성을 덧입혔다.

어두운 골목에 희망의 ‘빛’을 입히기 위해 인터렉티브 보행등을 설치하고 지나가는 보행자의 동작이 인식되면 “마!”가 튀어나도록 했다. ‘마!’는 부산시민 누구나 그 특유의 정서와 의미를 알 수 있는 부산의 지역성을 대표하는 말이다.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법으로 강제하고 벌금을 매기는 솔루션도 필요하지만, 사람들의 행동을 자발적으로 이끌어 내고 그 과정에 웃음과 놀라움을 더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자발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귀갓길에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며, 또 다른 팔꿈치가 필요한 곳을 찾아보기를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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