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우려 ‘이구동성‘…1%대 기준금리 인하 전망 고조
2015년엔 한국경제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내년을 한달 앞두고 경제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징후들이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경제심리를 데우는 데 실패한 것이다. 올해 안에 세월호 여파를 털어버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고조되고 있다.
소비자심리는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사태의 직격탄을 받은 때보다 더 얼어붙었다. 26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보다 2포인트 하락한 103으로 조사됐다. 이는 1년 2개월내 최저 수준이다. CCSI는 세월호 사태의 영향을 받은 지난 5월(105)보다도 더 낮다. 특히 현재와 비교한 6개월 후의 경기 전망인 향후 경기전망CSI도 4포인트 내린 87을 기록, 2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내년 우리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에 진입할 것이라는 우울한 예상까지 강하게 점쳐지고 있다. 전국경영인연합회는, 금융·증권업계 종사자와 교수 등 경제 전문가 3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4.7%가 내년 경제 상황의 키워드로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를 꼽았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한국경제의 향후 5년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 10명 중 6명(60.5%)이 경기가 저점에서 오래 머물다 서서히 회복하는 ‘U자형’ 성장 곡선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바닥을 못 벗어나는 ‘L자형’으로 갈 것이라는 응답도 26.3%에 달했고 ‘V자형’이나 ‘J자형’ 등 탄력적인 회복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었다.
국내 최대 국책연구기관은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일본의 90년대 통화정책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수요 부진에 따른 성장세 둔화와 인플레이션 하락이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한국에서도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은이 추가로 신속하게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준 KDI 연구위원은 “저인플레이션의 지속으로 시장 참가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져 굳어지지 않도록 물가안정목표(2.5∼3.5%)를 준수하기 위한 통화 당국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여기에 일본,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의 완화적 통화정책도 현 사상 최저치인 2.0%의 기준금리가 더 내려갈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럽중앙은행(ECB)·일본은행(BOJ)의 통화완화 확대에 이은 중국인민은행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로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과거보다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급증하는 가계빚과 내외금리차 축소 등도 고려해야 해 한은의 고민이 깊다. 가계부채는 지난 9월말 현재 1060조3000억원으로 석달만에 22조원(2.1%)이나 늘었다. 내외금리차 축소는 당장 자본유출로 이어질 상태는 아니지만 내년 중후반으로 예상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개시되면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전면 배제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