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영향, 강달러로 수출 경쟁력 불리해지지 않을 것”…“미 경기호조 등으로 수출 호조세 견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최근 고조되고 있는 엔저와 수출에 대한 우려에 ‘선긋기’를 했다. 엔저는 동시에 나타나는 강달러로 그 영향이 상쇄되면서 다른 나라와의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해지지 않을 것이고, 수출도 미국의 경기 회복세 등으로 견조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지난 8, 10월 심리회복에 초점을 맞춰 기준금리를 두차례 하향조정 했지만 약발이 미미하자 과도한 불안 심리를 걷어내기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연 2.0%로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양적완화로 인한 엔저 만큼 원화도 가치가 절하되는 것은 아니어서 일본과 경합이 강한 자동차, 기계, 철강 등의 부문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원화가 미 테이퍼링 종료로 달러화에 비해 약세에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의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엔저가 강달러로 그 영향이 줄 것이기 때문에 최근 엔저 문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본 것이다.
◆ 엔저, 수출 우려 등에 “시장의 반응, 과도한 측면 있다” = 이 총재는 또 “엔저에 따른 일본의 물가 부담, 수입업체의 비용 문제 등으로 엔화 약세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엔저가 무한정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총재는 “엔저가 더 심화하거나 가속화할 경우 나타날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경제 버팀목인 수출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경계했다. 올 3분기 수출은 전기비 2.6% 감소해 2008년 4분기(-4.3%)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또 지난 9월까지 31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경상수지에 대해서는 ‘내수부진형 흑자’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이 총재는 “수출이 1~10월 3% 정도 증가했다”며 “유럽 일본 등은 경기가 좋지 않아 수출이 부진했지만 미국에 대한 수출은 약 12% 증가해 호조를 나타냈다”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은 약 70%가 자본재와 중간재로 구성돼 있다”며 “중국의 최종수요는 상당 부분 미국이 차지하는데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이 총재는 “수출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지금의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경기회복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 심리 위축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한은이 경기부양을 위해 정책공조를 이어갔지만 실물은커녕 심리에도 온기가 퍼지지 못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0월 제조업 체감경기지표(BSI)는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고, 소비자심리지수(CSI)도 세월호 직후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이번달 통화정책방향문에도 “내수 관련 지표들이 개선과 악화를 반복하는 가운데 경제 주체들의 심리는 부진했다”라고 언급돼 있다.
◆ “가계부채 급증세 오래가지 않을 것” = 이 총재는 또 급증하는 가계빚 우려에 대해서도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은행권의 가계대출 급증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앞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 경기 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데 주택 수급과 인구구조 등 변화를 고려하면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가 크게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 총재는 현재 0.25%포인트인 기준금리 조정폭을 축소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금융시장에 또 다른 불확실성만 키우게 될 뿐”이라며 현 조정폭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 시장 일각에서는 1%대로 금리를 내리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한은의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번달은 아니더라도 수개월 안에 추가적인 금리인하 필요성이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하 시점은 내년 1분기가 유력하다.
하지만 이 총재는 금리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어줄 의미 있는 시그널을 주지 않았다. 그는 향후 금리 방향성에 대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는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안정 리스크를 균형 있게 고려한다”며 “금리 방향을 예단할 수는 없으며 가계부채가 많이 늘고 내외금리차가 축소됐으니 금융안정 리스크에 유의하겠다”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했다.
특히 그는 “현 금리 수준이 경기회복세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는 기존 입장과 같다”고 밝혀 당분간은 금리인하를 고려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통화정책이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은 8, 10월 금리인하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2012년 7월 종전 3.25%에서 3.00%로 내린 뒤 10월 2.75%로, 작년 5월 2.50%로 각각 인하하고서 14개월 연속 동결하다가 올해 8월과 10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