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4일(현지시간) 유가 약세로부터 사우디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부펀드 조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알왈리드는 이날 제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사우디가 재정의 90%가량을 원유 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부펀드를 조성하지 않은 것은 큰 실수라고 누차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 내년 적자재정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그렇게 되면 보유 외환을 꺼내쓸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왈리드는 사우디도 쿠웨이트와 아부다비 싱가포르 노르웨이처럼 국부펀드를 만들면 연간 5~10%의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적자액 전체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을 메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중앙은행은 지난 수년의 고유가에 힘입어 보유 외환을 지난 9월 말 현재 7360억 달러로, 한해 전보다 6% 늘렸다. 그러나 보유외환 절반가량이 안전한 미국 국채나 은행 예금에 묶여 있다.
앞서 지난 6월 사우디 최고 정책 결정 기구인 슈라위원회가 국부펀드 조성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알왈리드의 우려와 달리 경제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유가 약세에도 몇 년은 재정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채무가 많지 않아 차입에도 당장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의하면 사우디가 내년에 균형재정을 운용하려면 유가가 평균 91달러를 유지해야 한다. 유가는 4일 미국 서부텍사스유와 북해 브렌트유 선물기준으로 각각 75달러대와 82달러대로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