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무라카미 하루키에 관한 단상

천지현 대우인터내셔널 일본 오사카 지사 과장

‘상실의 시대’ 신드롬을 수십 년째 이어가는 일본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올해도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의 작품 세계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은 존재하지 않으나, 조금이라도 더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작품 해석의 노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은 사회적 기준으로 별 볼일 없는 인물이며 변변치 않게 살아가지만, 우연과 필연 속에서 다양한 사건에 휘말리며 정신적 성장을 해나간다. 이 세계가 전부가 아니며 눈에 보이는 현실과 의식 너머엔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삶의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의미 있는 소설에 대한 정의를 얼마나 많은, 그리고 강렬한 메타포(metaphor)를 독자에게 안겨줄 수 있는가로 볼 때,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댄스 댄스 댄스’, ‘태엽 감는 새’, ‘해변의 카프카’로 이어지는 개인적 삶과 존재 이유에 대한 통찰은 더 메타포적이다.

하루키가 세계적인 작가가 된 데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문학적 탐독과 천재적인 필력에 근거하겠지만,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는 다양한 나라에서의 생활과 외국문학을 일본어로 번역한 경험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해변의 카프카’ 이후 전반적인 강렬함이 조금 주춤해지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2009년 ‘1Q84’로 다시 한 번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지만, 3권에 걸친 주제의식은 이전과 유사한 ‘이 세계와 저 세계의 연결, 그리고 인간 본연의 소중한 의식과 감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 또한 애정을 가진 독자로서 가진 단상에 불과하다. 매년 노벨문학상이 발표될 때마다 가슴 두근거리며 지켜보는 심정은 내게는 참으로 소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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