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재 삼성전기 상무보·김재열 제일모직 상무보
최근 들어 삼성가 사위들의 행보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가 ‘내우외환’으로 잠시 주춤하는 것과 달리 두 딸들과 사위들이 왕성하게 경영일선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삼성가 사위들은 삼성에 합류하여 경영수업을 받기 전에 이미 해외유학을 통해 경영수업에 필요한 기초 역량을 닦은 상태다. 사위들은 대부분 전사적인 부분을 총괄할 있는 주요 계열사 컨트롤 타워인 기획실에 배치 받아 경영자가 되기 위한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사위는 2명이다. 큰 딸인 이부진 신라호텔 상무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상무보와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의 남편인 김재열 제일모직 상무가 그들이다. 둘 다 회사의 핵심부서라고 할 수 있는 경영기획실에 몸담고 있다.
삼성전기 본사인 수원사업장 기획팀 담당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우재 상무보는 지난 1월 삼성전기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쌓고 있다. 그는 이어 2월부터 한 달간의 임원 교육을 별탈없이 수료하고 대전사업장과 부산사업장을 돌면서 회사의 내부사정을 꼼꼼히 체크해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4분기 기업설명회 자리에 직접 참석해 실무적인 수업을 완전히 쌓았음을 대외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그동안 삼성가의 문화로 볼 때 자녀들은 물론 사위들까지도 대외적은 노출을 극히 꺼려해 왔던 것과는 달라 당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임우재 삼성전기 상무보의 최근 적극적인 행보에 대해 주변에선 “처음과 달리 삼성가 문화에 적응을 하고 자신감을 가진 것 같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이는 임 상무보의 이력서상의 배경과 무관하지 않았다.
알려진 대로, 임우재 상무보는 평사원으로 삼성에 입사해 재벌가의 공주와 결혼을 한 '영화와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이었다.
삼성구조본 측에서 언론에 밝힌 임 상무보는 이부진 상무보와 연애담은 과히 드라마 속 등장인물과 딱 들어맞는다. 원래 임 상무보는 단국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해 지난 94년 삼성물산에 전산요원으로 들어왔다.
그러다 이 상무보와 인연이 닿아 4년여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 ‘재벌가 여인을 잡은 평사원’이라는 제목으로 여성지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결혼 직후 삼성물산 동경주재원으로 발령을 받아 해외생활을 시작하더니 2002년엔 삼성전자 미주본사 전략팀 소속으로 받으면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미국에서 삼성의 사원 재교육 프로그램의 하나인 MBA과정을 미국 MIT공대에서 밟았던 것.
2년여의 공부를 마치고 올 해초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전기 임원으로 일하라는 통보를 받고 삼성에 합류하게 됐다.
그러나 임 상무보는 결혼 초기 일반인에게는 전혀 생소한 재벌가의 문화로 한 때 마음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측근에 따르면 임 상무보는 기획실에 배치 된 후에 매월 ‘일류화전략’을 계획하고 주관하고 있다. “특히 의전을 제외한 CEO 관련 업무를 도맡고 있어, 실질적으로 회사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숙지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는 게 회사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삼성전기는 총 4개의 사업부를 포함 총 7개 부분으로 나누어지는 데 이를 사업부에서 추진했던 사업을 매월 평과하고 조율하는 핵심적인 임무도 맡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10월 말에 있었던 IR행사에서도 기획실 임원으로써 당연히 참가해야할 자리”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 맏사위와 달리 김재열 상무보, '구조본에서 직접 관리'
부부가 함께 한 직장에 몸담고 있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제일모직의 김재열 상무는 맏사위와 달리 아버지가 고려대 이사장이자 전 동아일보 회장인 김병관씨의 차남이다. 그는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와 중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기도 하다.
2002년 제일기획 글로벌 전략담당 상무로 삼성과 인연을 맺으면서 올 해초부터 임우제 삼무보와 마찬가지로 제일모직 경영관리실 경영기획 담당 상무로 경영수업을 쌓고 있다.
‘형님’인 임우재 상무보와 달리 김재열 상무에 대한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재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제일모직에 대한 이서현·김재열 부부의 체제에 관한 것이다.
현재 제일모직의 사업부문은 크게 패션, 캐미칼, 전자재료부문으로 나누어진다. 덩치(매출액규모)는 50%를 차지한 캐미칼이 크고 다음은 패션, 전자재료 부문으로 이어진다.
패션부문의 경우 김재열 상무가 올해 초 제일모직 상무보로 승진하면서 그동안 패션통이었던 원대연 사장이 삼성디자인학교(SADI) 학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대신 삼성캐피탈의 제진훈 사장 단독체제로 가고 있다.
‘재무통’으로 알려진 제 사장이 제일모직으로 옮긴 것을 두고 “패션 사업부문은 이서현 상무보에게 일임하고 경영은 사위에게 맡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일모직이 그룹내에서 전통적으로 ‘인재사관학교’로 통하면서 오너일가의 경영수업을 쌓은 사관학교 역할을 해왔던 역사를 볼 때 더욱 이러한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씨의 셋째 남동생인 홍석준 삼성SDI 부사장도 지난 86년 제일모직 비서실에 입사를 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은 후 미국 인터넷 업체인 ‘e-베이’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김 상무에게 있어서 임 상무보와 달리 그리 긴 시간의 경영수업이 필요 없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합세해 제일모직의 독자체제에 대한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패션사업부문에 한해서는 이서현 상무보의 입김은 최고경영자 못지않다는게 중론이다. 자신이 스스로 디자이너를 발굴, 영입하기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맞사위와 달리 김재열 상무는 삼성그룹 구조본부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재열 상무에 대한 자료는 제일모직에서 관리를 하지 않고 삼성 구조본부의 관할"이라고 제일모직측은 주장하고 있다. 이것만 봐도 김 상무의 위상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이병철 회장의 딸들이 한솔과 신세계 등으로 대부분 계열분리해 나간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건희 회장의 딸들도 사위와 함께 계열 분리의 절차를 밟아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사위는 100년 손님’이라는 말이 적어도 삼성가의 사위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