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칩 이제 안 쓸래(애플)”,“과연 그럴 수 있을까?(삼성)”
애플이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차기 아이폰·아이패드부터 채택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2년 전부터 양 사 간 특허소송전이 전세계적으로 벌어지며 애플이 삼성에 대한 부품 의존도를 낮춰가는 것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전자는 여유있는 모습이다. 속사정을 잘 들여다보면 이유는 나온다. 애플이 거래처로 삼으려 하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기술력 차이 때문이다.
TSMC는 최근 개최한 자사의 연례 기술 행사에서 올 연말 16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한발 앞서가고 있다. 그동안 잠시 중단했던 화성 17라인 건설에 최근 들어가며 기술 격차 벌리기에 나섰다. 이 공장에서 14노 3D 핀펫 공정을 도입한 AP를 내년 초쯤 양산할 예정이다. 핀펫 기술이란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 구조를 3차원 입체구조로 만들어 누설전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기존의 트랜지스터 구조는 2차원적인 평면구조였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은 애플을 놓고 싸우는 경쟁사들을 압도할 기술 확보가 필요한데, 그 기술이 바로 ‘14나노 핀펫 트랜지스터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애플이 위험을 무릅쓰고 TSMC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삼성전자 입장에서 큰 타격은 없다. TSMC는 아직 애플 물량을 모두 받아들일 만큼의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결국 TSMC가 애플의 물량을 받기 위해서는 엔비디아나 퀄컴의 수량을 내놓아야 한다. 이 경우 막강한 파운드리 능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TSMC로 이동한다면 TSMC가 갖고 있던 물량을 삼성전자가 흡수하게 되고, 실제로 삼성전자에게 타격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TSMC의 입장에서 봐도 이같은 방정식은 성립한다. TSMC는 미세공정 기술이 삼성전자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생산 원가가 더 높다. 하지만 애플을 고객사로 잡기 위해서는 삼성전자보다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애플은 대량구매를 바탕으로 부품단가를 대폭 낮춰 공급받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TSMC가 애플을 고객으로 잡는 것은 영업이익 측면에서 이득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올 하반기 출시될 차세대 아이패드에 삼성디스플레이 LCD가 탑재될 것이란 전망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당초 애플은 차세대 아이패드 개발 단계부터 삼성디스플레이를 배제했지만, 나머지 협력사들의 공급 능력 한계와 품질 문제 탓에 방향을 바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