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기준의 경영전략 탈피, 기업별 독자 행보 이어져
새 정부 들어 ‘삼성이 먼저’라는 재계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
6일 재계와 삼성 등에 따르면 올들어 삼성의 경영전략과 투자규모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 장고(長考) 끝에 귀국한 이건희 회장이 본격적인 출근경영을 재개했지만 구체적인 경영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는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재계 서열 1위답게 다른 기업 경영전략에 기준이 돼왔다”며 “투자와 고용 등이 삼성의 계획발표 이후 결정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삼성 따라가기는 안전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1등을 따라했을 때 그 만큼 성장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줄어든다. 승승장구하는 삼성을 따라해 손해볼게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올 들어 삼성이 주도해온 재계 구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장 먼저 치고나간 것은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이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3500여명의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대대적으로 선언했다. 이를 기점으로 한화그룹과 SK그룹 등이 올 들어 정규직 전환계획을 내놓았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물류·광고)를 대폭 축소하면서 ‘상생 카드’를 먼저 꺼내든 것도 정몽구 회장이었다.
LG그룹도 올 들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가장 먼저 확정했다. LG는 지주회사 전환한지 10년이 지난 만큼 새 정부가 칼을 댄 순환출자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4대 기업 중 가장 먼저 치고 나가는 행보를 보였다.
이 같은 ‘삼성 따라가기’ 탈피에 대해 재계는 다양한 시각을 내놓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 때마다 삼성은 재계 서열 1위라는 굴레 속에서 타깃이 돼왔다”며 “다른 그룹들이 삼성을 따라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최근 삼성이 공식적인 발표를 꺼리자 결국 참고를 포기하고 저마다 발표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전경련 측은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새 정부 들어 경영전략 수립에 소극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각 그룹별로 해마다 달라지는 국내 외 경영환경에 저마다 유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