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아파트 거래 '꽁꽁']'천당 아래 분당' 옛말…반토막 났어도 사는 이가 없다

1기 신도시, 5년새 시총 23조 증발…시설 낡고 밀도 높아 재건축 난항

“낡을 데로 낡은 아파트에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게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격이 내려가니 얼른 집 팔고 다른 동네로 떠나려는 게 당연하죠. 전세마저도 판교의 새 아파트로 이동하고 있는 분위깁니다”

분당 정자동 P공인 중개업소 대표는 “천당 아래 분당이란 말은 옛날 이야기 됐다”고 최근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아파트가 낡아서만은 아니다.

올 들어 매매 계약서 한 건 쓰지 못할 정도로 거래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가격이 하루가 멀다하고 떨어지다보니 청자동이라 불렸던 명성이 어색해질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20억원까지 호가하던 정자동 아이파크 214㎡(공급 기준)은 9억8000만원에도 매물이 나와 있다. 5년새 가격이 반토막 이상 난 셈이다. 그런데도 아직 집을 사려는 사람을 찾아 보기 힘들다.

분당내에는 중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이렇게 가격이 곤두박질친 매물이 허다하다. 그는 “2년전 경매로 산 매물 가격이 당시 경매 가격 이하로도 매물이 나온다. 팔려고 해도 억울해서 살사람이 없어서 못파는 이가 많다”라고 말했다.

◇ 1기 신도시 5년새 시총 23조 증발 = 비단 분당 신도시 뿐이 아니다.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 전체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시장이 최고점에 다가간 지난 2007년 3월 대비 현재(7월말) 1기 신도시 매매가 변동률은 -18.02%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기간 수도권 전체 변동률(-4.88%)는 물론 서울지역 변동률(-3.61%)보다도 5배 이상 급락한 것이다. 1기 신도시의 추락은 이 지역 시가총액 변화 추이를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지난달 27일 기준 1기 신도시 시가총액은 104조8681억원. 이는 지난 2007년 말 기준 127조8709억원 보다 무려 23조28억원 감소한 것이다.

최근 5년새 무려 20조원이 훌쩍 넘는 돈이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 셈이다. 특히 대부분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약세가 두드려 졌다. 일산 마두동 아파트 211㎡형은 최근 5억 9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3.3㎡당 924만원대에 불과하다.

인근 장항동 호수마을의 158㎡형 아파트 역시 4억 6000만원으로 3.3㎡당 역시 1000만원 아래에 매물이 나와 있다. 두 아파트 모두 일산신도시 내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단지에 위치했는데도 굴욕적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들은 재건축을 시도하면서 가격 상승의 호재를 맞았고 일부 단지는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며 “그러나 1기 신도시는 시설 노후화가 심화된 데다 밀도가 높아 재건축 조차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2기 신도시 너마저…깡통 아파트 속출 = 1기 신도시에 이어 2기 신도시 마저 주택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한때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지만 금융위기에다 주변에 보금자리주택 등 공급물량 마저 쏟아져 나와 맥을 못추고 있는 형국이다.

동탄1신도시는 2010년 상반기 부터 올 하반기까지 5분기 연속 하락했다. 2007년 상반기 3.3㎡당 1354만9000원을 기록했던 집값은 올 상반기 1177만원으로 떨어졌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3.3㎡당 1200만원 선이 무너진 것이다. 오는 8월 동탄2 신도시에 5519가구가 추가 공급되면 동탄신도시 집값은 더 약세를 띨 가능성이 크다.

분당의 대체 주거지로 관심을 모았던 판교신도시도 3.3㎡당 매매가 2415만9000원으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평균 매매가(2691만9000원)에 조금 못 미치는 높은 시세가 형성됐지만 상반기 매매가는 1.13% 하락했다.

올 하반기 본격적인 입주를 앞둔 광교신도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광교신도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이달 말 입주하는 한양수자인 전용면적 84㎡ 분양권은 3500만원까지 빠진 물건도 있다”면서 “집을 팔고 이사하려고 했다가 안 팔려서 잔금 납부에 차질이 생기는 등 사정이 급한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에도 입주단지가 늘고 있는 김포한강신도시는 분양가보다 시세가 낮은 이른바 깡통아파트까지 등장하고 있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김포한강 신도시 장기동 초당마을 우미린 아파트 143㎡은 현재 3억7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기존 분양가 4억 3840만원보다 무려 6340억원 낮은 가격이다. 인근의 양촌면 일성트루엘 152㎡역시 분양가 5억 2342만원보다 8000만원 가까이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4억 4500만원이 시세다.

◇ 부동산시장 회복 기대 난망 = 향후 전망도 밝지않다.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적체 현상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하반기에 보금자리주택은 물론 신도시 입주분양 예정물량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6월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수는 총 6만2288가구에 이른다. 특히 수도권은 2만6929가구로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신도시 등 수도권 미분양 적체 현상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하반기에 신도시에서 입주나 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하반기 2기 신도시 입주예정 물량은 9231가구에 이른다. 이 지역 분양 예정 가구수는 이 보다 많은 1만9220가구에 달한다. 게다가 보금자리주택 공급물량도 6만가구에 육박한다.

앞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더 심화된다는 얘기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수만가구에 이르는 보금자리 주택이 신규로 공급된다. 이런 기존 적체 해소나 공급 물량 감소가 병행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시장이 반등한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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