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보다 더 빠졌다’ 장중 4911 추락한 코스피…"AI 거품 아닌 헤지펀드 청산 발작, 지금 팔 때 아니다" [美 선거발 증시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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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AI리서치센터장, 장문수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제공=각 사)

미국 중간선거 '블루웨이브(민주당 압승)'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우려가 덮치며 국내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24.11포인트(6.02%) 급락한 5059.69, 코스닥은 34.14포인트(5.03%) 내린 644.27에 마감했다.

개장 2분 만에 8% 넘게 폭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코스피는 장중 4911.28까지 밀리며 올해 2월 6일 이후 9개월 만에 5000선이 무너지기도 했으나,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해 간신히 '오천피'를 사수했다. 양대 시장 모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종일 극심한 변동성이 이어졌다.

6일 본지가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본부장 7인에게 긴급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전문가들은 이번 폭락장에 대해 "미국발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에 기계적 알고리즘 매도와 글로벌 헤지펀드의 포지션 청산이 겹친 단기 수급 참사"라고 입을 모았다. AI 투자 사이클의 구조적 훼손이 아닌 만큼 공포에 휩쓸린 추격 매도는 실익이 없다는 진단이다.

美 주지사 교체 공포에 헤지펀드 청산이 기름 부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의 직접적 원인으로 미국 중간선거 이후 불거진 데이터센터 인허가 지연 우려를 꼽으면서도 낙폭을 비이성적으로 키운 것은 '수급 요인'이라고 짚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 상위 14개 주 가운데 텍사스·조지아·오하이오·아이오와·네바다 등에서 주지사가 민주당으로 교체되면서 향후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 혹은 지연 리스크가 부각됐다"며 "미국 증시에서도 데이터센터를 짓는 빅테크보다 메모리와 장비를 대는 공급업체 위주로 주가가 폭락하다 보니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전력기기 등 연관 수혜주 비중이 큰 한국 시장에 투매가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글로벌 펀드들의 손절매 물량이 쏟아졌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나스닥 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이탈하고 변동성지수(VIX)가 급등하자 알고리즘 매도가 나왔고 연쇄적으로 헤지펀드 청산이 나타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양지환 센터장 역시 "레오폴드 아셴브레너의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A)' 펀드 청산을 포함해 AI 밸류체인 비중이 높았던 헤지펀드들의 손절매와 청산이 시장을 짓눌렀다"고 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AI리서치센터장은 "AI 관련주 쏠림에 따른 반작용과 연말을 앞둔 이익 확정 매도까지 가세하며 실적 대비 저평가된 코스피가 단기 언더슈팅(과매도)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027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 이익 반토막 반영된 주가"

외국인 매도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되고 있지만, 반도체 업황의 중장기 성장 경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중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 미국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원천 봉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수홍 본부장은 "민주당도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에는 찬성하는 만큼 AI 발전 토대인 데이터센터 건설을 원천 차단할 유인은 제한적"이라며 "설령 미국 내 건설이 지체되더라도 동맹국 데이터센터를 활용한 연산력 확보가 가능해 메모리 수요는 유지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박연주 센터장도 "AI 수요 증가 속도에 비해 메모리 공급이 부족하고 장기 공급 계약 비중이 높아 적어도 향후 1년간은 실적 가시성이 높다"며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2027년 데이터센터 가동 예정 물량은 영향이 제한적이고, 미국 내 투자가 늦어지면 아시아 등 다른 지역의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발표에서도 메모리 공급 부족 장기화 전망이 재확인돼 현재 주가에 반영된 업황 우려는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주가 하락 폭 역시 이미 과도한 수준에 진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지환 센터장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 관계식으로 보면 현재 코스피는 향후 12개월 선행 이익 전망이 현 컨센서스 대비 38~49% 적게 나오는 점을 반영한 수준까지 추락했다"며 "D램 3사는 2027년까지 수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으며 신공장을 우선 확보하되 장비투자를 유동적으로 전개해 정치적 변화에 따른 사이클 변동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재 지수는 코로나 당시 고점 대비 하락률보다도 많이 빠진 수준으로, 5000포인트 내외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향후 실제 투자 지연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장 정책 변화가 없더라도 실제 2027~2028년 데이터센터 투자가 멈출 경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국내 증시에 뚜렷한 매수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코스피가 5000선을 하회해도 매수 여력이 크지 않아 지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연방이나 주 단위의 실제 법안 제정 움직임과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 축소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기술적 반등이 나와도 연말까지 박스권 수준의 기간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17일 엔비디아 실적 분수령…"빚투 줄이고 분할매수해야"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이 악재만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며, 매도 동참보다는 정책 확인과 함께 분할 매수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당장 다음 주부터는 반대매매발 연쇄 하락 압력을 줄여줄 제도적 완충장치와 거시경제 호재가 대기하고 있다.

황승택 센터장은 "정부가 이달 9일부터 3개월간 증권사 신용융자 담보비율 140% 유지 의무를 면제하기로 한 점은 반대매매에 따른 연쇄 하락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조수홍 본부장과 양지환 센터장은 "민주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이란 전쟁의 조속한 종식 요구가 본격화되면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미 국채 금리가 하향 안정될 수 있다"며 "지금 시장은 데이터센터 지연 리스크만 반영하고 있지만 금리 하락에 따른 조달비용 감소와 투자 속도 조절에 따른 빅테크의 잉여현금흐름(FCF) 적자 우려 완화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증시 반등을 가를 핵심 이벤트로는 17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 등이 꼽혔다. 유종우 본부장은 "아직 뚜렷한 규제와 입법이 나온 게 아니라 당선자 발언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인 만큼, 17일 엔비디아 실적과 가이던스 변화 여부가 투심 회복의 관건"이라고 했다.

황승택 센터장은 "앤트로픽 기업공개(IPO)의 기관 수요와 공모가 형성 과정, 코어위브·네비우스 등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 실적 발표가 AI 투자심리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 전략으로는 레버리지 축소와 업종 분산을 제시했다. 박연주 센터장과 이영곤 센터장은 "이미 주가에 상당 폭의 이익 감소가 반영돼 가격 매력은 충분한 만큼 추격 매도보다 우량 핵심 기업을 분할 매수하되, 높은 변동성을 감안해 레버리지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종별로는 조수홍 본부장이 "이번 주 낙폭이 컸던 반도체와 민주당 정책 기조상 낙폭이 과대한 에너지저장장치(ESS)·전력기기 업종을 주목할 만하다"고 꼽았다.

장문수 센터장과 유종우 본부장은 "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헬스케어와 금융(은행·보험), 2차전지 등 비(非) AI 및 미국 정책 변화 수혜주로 관심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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