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증권 "주도주 교체"…흥국·삼성증권 "AI 투자 위축 우려 과도"

미국 중간선거 충격으로 코스피가 5000선 아래로 추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0% 안팎으로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 전반에 투매가 확산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하단을 4800선까지 열어두는 한편 AI 투자 위축 우려가 실제 기업 실적에 미칠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 33초 유가증권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발동 당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59.19포인트(8.52%) 하락한 4924.61을 기록했다. 서킷브레이커 발동으로 20분간 주식 매매가 중단됐으며 거래 재개 이후 10분간 단일가 매매가 진행됐다.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역대 17번째이자 올해 들어 11번째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오전 9시 6분 2초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해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됐다.
오전 9시 32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60.33포인트(8.55%) 하락한 4923.47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44.40포인트(6.54%) 내린 634.01을 나타냈다.
반도체 투톱의 낙폭도 컸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4만8000원(11.71%) 떨어진 111만6000원에 거래됐다. 삼성전자는 2만100원(9.98%) 하락한 18만1400원을 기록했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2.2% 폭락한 영향이 컸다.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마이크론(-17.5%)과 AMD(-17.3%),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13.4%) 등이 급락했다. 나스닥지수도 5.52% 하락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이후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 우려가 확산한 데다 AI 인프라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까지 부각되면서 글로벌 반도체주 전반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LS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4800~5500으로 제시했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이번 급락을 AI 투자 사이클의 방향성이 바뀌는 과정에서 나타난 충격”이라며 “AI 기업의 재무 부담과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조달 문제가 부각된 상황에서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데이터센터 인허가 규제라는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와 소부장, 전력기기 등 AI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가 미국보다 큰 충격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은 이번 주 5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약 7조8000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LS증권은 미국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기존 AI 주도주에서 반도체 외 수출주와 경기민감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기업 실적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투자심리와 수급만으로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AI 투자 속도 조절이 장기적인 수요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국내 반도체주의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수준에 근접하거나 이를 밑돌 경우 장기적인 가격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흥국증권은 미국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에 노출된 투자 규모에 주목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데 이어 주요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하면서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허가 중단 가능성이 부각됐다는 설명이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미국 전력 인프라 및 데이터센터 개발 현황을 추적하는 클린뷰(Clean View)의 집계를 인용해 건설허가 중단을 공약한 주지사가 당선된 지역의 데이터센터 계획물량이 156.6GW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전체 계획물량 381.1GW의 41%에 해당한다.
건설 중단에는 반대하지만 새로운 규정 도입을 주장한 후보가 당선된 지역까지 포함하면 규제 변화에 노출된 계획물량은 225.8GW로 전체의 약 59%에 이른다.
특히 텍사스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88.4GW의 데이터센터 건설계획이 집중돼 있다. 이 가운데 약 45GW는 천연가스 발전을 통한 전력 공급을 계획하고 있어 향후 에너지 정책 변화도 변수로 꼽힌다.
다만 흥국증권은 건설허가 중단 공약이 실제 대규모 프로젝트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규제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건설 일정이 지연되고 비용이 늘어날 수 있지만 데이터센터 투자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증권 역시 최근 반도체주 폭락이 실제 업황 악화 가능성을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재 주가가 각각 45.7%, 35.9%의 메모리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을 반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2011년부터 2026년까지 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의 관계를 토대로 2027년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제외한 메모리 가격 하락률을 역산한 결과다.
삼성증권은 데이터센터 규제의 본격적인 영향이 2028년 이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미 인허가와 건설이 진행 중인 2027년 가동 예정 데이터센터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또 메모리 공급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전에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더라도 공급 부족이 지속된다면 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미국 데이터센터 규제의 구체적인 내용과 AI 인프라 기업의 자금조달 상황이 증시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10일 예정된 미국 AI 데이터센터 기업 코어위브의 실적 발표가 투자 지연 우려와 신용위험을 가늠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