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AI 혁명과 미·중 패권 경쟁으로 글로벌 경제 질서 급변 속에서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새로운 성장 전략 마련을 촉구했다. 저성장과 부채 증가로 경제 기초체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기존 경제 모형과 규제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복합적인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에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 도입과 AI 산업 경쟁력 강화, 한일 경제연대 확대 등을 해법으로 제시하며 한국이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국가 경쟁력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경제학부 재학생 등 4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공지능(AI) 시대, 세계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대한민국의 비전'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최 회장은 현재의 AI 시대가 수요와 공급 중심의 전통 모형으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변수가 많아졌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분업 구조가 흔들리면서 한국이 미국의 투자 요구와 중국의 기술 추격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30년 넘게 기업을 경영하며 '변화'에 익숙하지만, 그 속도와 크기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AI 분야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본과 산업 전반의 동시다발적인 혁신 규모를 강조하며, 외부의 거대한 위협과 내부의 한계를 동시에 짚었다. 최 회장은 "저성장, 부채증가 등으로 내부의 기초체력이 약해진 가운데 G2 패권과 AI 혁명, 자본전쟁에 의한 외부 위협까지 더해졌다"고 진단하며 종합적인 시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최 회장은 뉴 캐피탈리즘(신자본주의)과 AI 네이티브 국가 도약 등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민간의 사회문제 해결을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구조로 한계에 부딪힌 기존 복지 시스템을 보완하고, 엔비디아가 제시한 AI 5대 층(에너지·반도체·AI 데이터센터·거대언어모델·애플리케이션)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생태계 내 입지를 다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패권 경쟁 속 생존을 위한 '확장 옵션'으로는 파격적인 한일 경제연대를 제안했다. 최 회장은 "자유무역체제가 옅어지는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2조 달러의 한국과 4조 달러인 일본의 경제가 묶이면 그 파급력은 단순히 3배가 아닌 그 이상 커질 것이고, 양국이 겪는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규제를 탈피한 '인센티브 시스템'의 도입을 촉구했다. 중소규모 기업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스스로 포기하는 구조를 혁신해야만 한국 경제가 동력을 잃지 않고 건강한 자본주의를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강연 직후 이어진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최 회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무형 AI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어디서나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 직접 새로운 걸 자유롭게 설계하며 경험하는 게 'AI 네이티브 국가'로 가는 기초가 될 것"이라며 "이전의 시도가 실패해도 그걸 경험으로 삼고 도전을 계속하면 '시스템'이 만들어진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