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고 설정 온도 110도까지 조작 시도
미군기지 냉동고도 해킹 의심⋯유럽과 연관성 미확인
인터넷 연결ㆍ구형 소프트웨어가 취약점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혈액관리기관(EFS)은 냉장설비 공급업체를 겨냥한 사이버공격으로 혈장ㆍ혈액 검체 보관시설 세 곳의 온도 제어 시스템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프랑스 주간지 르 카나르 앙셰네는 해커들이 통상 영하 30도로 설정된 냉동고 온도를 영상 110도까지 높이려 했다고 보도했다.
EFS는 월요일인 2일 시스템의 이상을 감지해 직원들이 혈장 제품을 다른 냉장시설로 옮기거나 안전하게 보관했고, 혈액 제품이나 검체 손실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보건부는 이번 공격으로 혈액 공급에는 영향이 없었으며, 이상이 발생한 냉장설비의 원격 접속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사이버보안청과 보건부는 침입 경로와 영향을 받은 장비, 시스템을 안전하게 복구할 수 있는 시점 등을 조사하고 있다. 냉장설비 공급업체 쿨월드는 영향을 받은 장비가 제한적이라며, 보도된 취약점은 제3자 공급업체의 구성요소와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1~2일 벨기에와 스웨덴 등 유럽 여러 국가의 슈퍼마켓에서 비슷한 공격이 발생했다. 스웨덴의 한 ICA 가맹점에서는 냉동고 온도가 영상 50도까지 올라 판매 책임자가 “모든 것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벨기에에서는 카르푸 매장 15곳과 스파르 매장 5곳이 냉장시설 문제를 겪었고, 아일랜드 슈퍼밸류 매장 13곳은 냉장·냉동식품 일부를 판매대에서 치웠다. 지난달 프랑스에서도 슈퍼마켓 수백 곳이 공격받았다.
이번 해킹을 포함해 최근 유럽에서 일어난 사이버 공격의 구체적인 침입 경로와 배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정부는 정보기관 수장들과 긴급회의를 열었고, 유럽연합(EU) 당국도 회원국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번 사건들이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라며 “공동 대응과 사이버 회복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다.
미국에서도 미군기지 냉동고 고장이 해킹 의심 사례로 조사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8월 미군기지 내 매점 최소 6곳에서 냉동고 고장으로 식품이 상하자 미 국방부가 사이버공격 가능성 조사에 착수했다. 미 육군 범죄수사사령부 사이버수사팀은 유럽 냉장설비 장애와 관련해 프랑스 수사당국과도 협력 중이다. 다만 미군기지 사례와 유럽의 공격이 서로 연관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냉장설비의 허술한 보안이 식품ㆍ의료 공급망의 취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즉 냉장설비를 인터넷에 연결해 온도 조절과 고장 점검 등을 원격으로 처리해 온 것이 오히려 해킹 위험을 키웠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시스템 상당수가 제조업체의 초기 비밀번호를 그대로 사용하 거나 보안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은 구형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벨기에 호베스트응용과학대 사이버3연구소의 로렌스 싱기에르 연구원은 로이터에 “가장 큰 약점은 이러한 장치들이 공개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제는 AI 덕분에 아마추어도 손쉽게 해킹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사이버보안업체 포스카우트는 전 세계 99개 국가ㆍ지역에서 약 1만3000개의 냉장설비 관리 서비스가 외부 인터넷에서 접근 가능한 상태라고 추산했다. 현재 일부 슈퍼마켓은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해 인터넷 연결을 차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