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교육수장 “한국 교육의 변화, 대학 입시부터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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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한-OECD 국제세미나’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스킬국장 기조연설

OECD 가입 30년 맞아 한국 교육 성과·과제 진단
“학업성취도 높지만 사회정서적 역량 낮아”
AI 시대 비판적 사고·자기주도성 강화 주문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스킬국장이 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한-OECD 국제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교육개발원)

한국 학생들이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고 있지만 자기주도성과 사회정서적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수장의 지적이 나왔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학 입학 평가 기준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스킬국장은 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한-OECD 국제세미나’에서 “한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매우 높지만 정서적 역량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대학 입시가 한국의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였지만 동시에 정서적 발달을 가로막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의 OECD 가입 30주년을 맞아 교육부와 OECD, 한국교육개발원이 공동 주최한 행사로, ‘한국 교육의 성과와 미래’를 주제로 마련됐다. 슐라이허 국장은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창설하고 운영을 총괄해 온 인물로, 세계 각국의 교육정책과 학업 성취도를 분석해 온 국제 교육 전문가다.

슐라이허 국장은 기조연설에 나서 “교육과정과 대학 입학시험 사이에 경쟁이 있을 때는 항상 대학 입학시험이 이겼다”며 “교육과정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이 원하는 것, 미래에 필요한 역량에 집중해 대학 입학시험의 평가 기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교육이 지난 30년간 거둔 성과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그는 “여러 면에서 한국은 최고를 향해 달리고 있으며 전 세계의 모델이 되고 있다”며 “한국은 다른 국가들이 교육을 통해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다만 높은 학업 성취도가 진로 희망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슐라이허 국장은 “한국은 과학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들을 보유한 국가 중 하나지만, 과학 최상위권 학생 가운데 54%만 과학 관련 직업을 갖고 싶어 한다”며 “학업 성과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공부에 주도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사회정서적 역량 부족도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의 청년들은 교육과 배움에 대한 주도성을 점점 덜 갖고 있다”며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복잡한 상황을 헤쳐 나가는 능력, 정서적 회복 탄력성 등이 다른 역량만큼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스킬국장이 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한-OECD 국제세미나’에 참석했다. (사진제공=한국교육개발원)

AI 시대를 맞아 문해력과 비판적 사고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슐라이허 국장은 “AI 시대에는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문해력이 요구되지만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낮아지고 있다”며 “특히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여러 정보를 종합하는 고차원적인 읽기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 문해력이 가장 높은 학생들은 디지털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학생들이 아니라 1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는 학생들”이라며 “AI 문해력은 챗GPT를 잘 사용하는 능력이 아니라 정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해석하며 검증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AI의 교육적 활용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오늘날 챗봇은 이미 만들어진 유창한 답을 제공하지만 학생들이 더 깊이 있는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지는 않는다”며 “AI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교사가 학생들의 질문과 정보 검증 과정을 적극적으로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재정의 효율적 배분과 교사의 역할도 강조했다. 슐라이허 국장은 “국가가 교육에 지출하는 돈과 학생들의 성적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며 “앞으로 30년 동안은 얼마나 투자하느냐 뿐만 아니라 어떻게 투자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형평성 측면에서는 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부유한 가정의 학생이라면 미국에서 교육받든 한국에서 교육받든 큰 차이가 없지만 저소득층 학생은 한국에서 교육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며 “모든 학생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교사에게 배울 때 가장 잘 배운다”며 “기술이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교육에서는 교사의 역량과 학생에 대한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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