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토종 사모펀드가 마주한 가격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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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글로벌 사모펀드(PEF)와 토종 운용사가 바라보는 1000억원의 무게는 다르다. 같은 기업을 두고도 누군가에게는 수익률을 좌우할 금액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당할 만한 추가 비용이 된다. 올해 국내 M&A 시장에서 벌어진 변화는 이 차이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최근 만난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기업 인수 경쟁을 두고 글로벌 운용사 입장에서는 인수가격을 1000억원 더 높이더라도 전체 펀드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십조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글로벌 운용사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운용사가 동일한 가격 경쟁을 벌이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올해 글로벌 운용사들은 조 단위 대형 거래를 넘어 중견기업 인수전까지 투자 범위를 넓혔다. 여기에 원화 약세도 영향을 미쳤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 기반 투자자에게 국내 기업의 원화 표시 인수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진다.

글로벌 PEF의 강점은 자금력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해외 네트워크와 사업 확장 경험도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운용사는 현지 유통망 확보와 해외 포트폴리오 기업 간 협업, 추가 M&A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밸류업 역량은 인수 단계에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국내 PEF에도 아직 집행하지 않은 투자금인 '드라이파우더'가 상당하다. 하지만, 자금 보유와 투자 경쟁력은 별개의 문제다. 높은 가격에 기업을 인수하면 향후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수익률 부담이 커진다. 출자자(LP)에게 약속한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 국내 운용사로서는 무리하게 가격을 높이기 어렵다.

올해 M&A 시장에서 두드러진 것은 단순한 외국계 자본의 약진만이 아니다. 같은 기업을 두고도 자금 규모와 조달 비용, 환율, 투자 이후의 성장 전략에 따라 인수가격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달라졌다. 또, 글로벌 운용사의 투자 영역이 중견기업으로 확대되면서 국내 운용사들의 경쟁 환경도 한층 치열해졌다.

국내 운용사가 글로벌 운용사와의 가격 경쟁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처지다. 이미 축적한 기업가치 제고 역량을 바탕으로 해외 네트워크와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자금력의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 어려운 만큼, 국내 운용사만의 투자 전문성을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경쟁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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