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헬스케어 기업의 해외 진출이 단순 제품 수출에서 현지 기업 인수와 의료서비스 플랫폼 확보로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은 민간 의료시장 성장에 따른 병원·유통망 투자 기회가, 말레이시아는 의료기기·진단 기술을 활용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삼일PwC는 전날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베트남·말레이시아 헬스케어 시장 및 투자 동향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5일 밝혔다. 행사에는 PwC말레이시아·베트남 전문가들이 참석해 양국 헬스케어 산업의 투자 기회와 시장 진출 전략을 공유했다.
류길주 삼일PwC 고객부문 대표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경제 성장과 소득 수준 향상, 인구 고령화에 힘입어 동남아 헬스케어 시장의 핵심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 서용범 삼일PwC 헬스케어 섹터 리더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방식이 현지 생산시설과 유통망, 의료기관 등 사업 기반을 직접 확보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해외 인수합병(M&A) 이후 인수 후 통합(PM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제품과 기술을 접목해 매출과 고객 기반을 확대해야 투자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말레이시아는 민간 의료서비스 시장이 성숙하고 의료기기 제조 기반이 발달한 국가로 평가됐다. 클랑밸리와 페낭, 조호르 등을 중심으로 의료·산업 거점이 형성돼 있으며, 특히 페낭은 정밀 의료기기 생산과 수출의 주요 거점으로 성장했다.
그레고리 버넷 PwC말레이시아·베트남 기업금융 대표는 "말레이시아는 투자 가능한 헬스케어 자산이 제한적이어서 병원 등의 기업가치가 높게 형성돼 있다"며 "기존 기업 인수 이후 추가 인수를 통해 사업 규모를 키우는 바이앤빌드 전략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에는 AI 기반 진단, 정밀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기술력을 현지 플랫폼과 결합하는 전략이 제시됐다. 말레이시아를 생산·의료서비스 거점으로 확보한 뒤 인접 동남아 국가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낮은 1인당 의료비 지출과 빠르게 증가하는 중산층을 바탕으로 민간 의료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공공병원의 과밀과 의료 인프라 부족이 민간병원 및 병원 체인 투자 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응우옌 르엉 히엔 PwC말레이시아·베트남 헬스케어 섹터 리더는 현지 기업 인수와 합작법인 설립, 신규 의료시설 투자 등을 주요 진출 방안으로 제시했다. 한국의 전문 의료 역량과 진단 기술을 활용해 현지 의료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국은 투자 대상뿐 아니라 진입 장벽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기존 의료 플랫폼의 높은 기업가치와 제한적인 매물 확보가 투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베트남은 의료 관련 인허가와 외국인 투자 규제, 현지 사업 파트너와의 협력 구조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투자 방식에 따른 자금 회수 전략도 주요 고려 사항이다. 현지 기업 인수는 사업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지만 초기 투자 부담이 크다. 합작법인은 투자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대신 지배구조와 소수주주 권리, 향후 지분 매각 조건 등을 사전에 설계해야 한다.
특히, 헬스케어 산업은 의료 인력과 환자 네트워크, 인허가 체계가 사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반 제조업보다 인수 이후 운영 역량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현지 경영진 유지와 의료서비스 품질 관리,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확보 여부가 투자 수익률을 좌우할 수 있다.
스티븐 정 PwC 아시아태평양 M&A 및 기업금융 자문 대표는 "한국 헬스케어 기업은 양국의 시장 특성에 맞춰 M&A, 합작법인, 파트너십 등 진출 전략을 차별화해야 한다"며 "현지 고객 기반과 유통망에 한국 기업의 기술 역량을 결합하고 투자 초기부터 PMI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