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지원 부족하면 보험료 인상ㆍ보장성 축소 압박 커질 수 있어
건보 흑자 급감에 재정 불확실성 확대⋯정부 지원 상시화 필요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에 지원해야 할 국고지원금을 법정 기준보다 적게 편성하면서 최근 8년간 누적 미달액이 1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도 법정 지원율 14%에 못 미치는 12.3%만 예산에 반영하면서 1조6000억원 이상이 부족할 전망이다. 국고지원 부족이 장기화하면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이 커지고,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료 인상이나 보장성 확대 여력 축소 등 가입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7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편성한 2027년도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일반회계) 예산안은 11조7923억원이다. 올해보다 9.4% 늘었지만, 내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 95조9208억원의 12.3%에 그친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의2는 국가가 매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에서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정 기준을 적용하면 내년 국고지원금은 13조4289억원이어야 한다. 실제 편성액과의 차이는 1조6366억원이다.
정부의 법정 지원율 미달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 지원율은 2020년 11.5%에서 2021년 11.5%, 2022년 11.9%, 2023년 12.0%, 2024년과 2025년 각각 12.1%를 기록했다. 올해는 11.9%, 내년 예산안은 12.3%로 모두 법정 기준을 밑돈다.
2020년부터 2027년까지 8년간 누적 미달액은 13조731억원에 달한다. 2025년 말 기준 건강보험 누적준비금 30조2217억원의 43.3%에 해당하는 규모다. 법정 지원액에 미치지 못하는 국고지원이 반복되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국가의 재정 책임이 충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고지원 부족은 당장 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건강보험은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와 정부 지원금 등을 재원으로 운영되는 만큼 국고지원이 충분하지 않으면 보험 재정의 다른 재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의료비 보장 확대와 필수의료 지원 등에 필요한 재정 여력이 줄어들거나, 향후 보험료율 조정 논의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건강보험 재정의 흑자 규모는 빠르게 줄고 있다. 의정 갈등에 따른 비상진료체계 운영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등 정부 보건의료정책에 건강보험 재정 투입이 늘면서 당기수지 흑자는 2023년 4조1276억원에서 2024년 1조7244억원, 지난해 4996억원으로 감소했다. 누적준비금이 3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흑자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고지원까지 법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중장기 재정 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건강보험료율 동결 이후 재정 전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복지부는 2026년 9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했다. 최근 5년간의 흑자와 30조원대 누적준비금, 반도체 호황에 따른 올해 추가 수입 약 3조8000억원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반도체 성과급 등에 따른 보험료 수입 증가는 일회성 요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추가 수입의 구체적인 산정 시점과 내년도 예산안 반영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장성 확대와 지역 필수의료 지원 등 앞으로 늘어날 지출 요인까지 고려해 재정 전망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국고지원 규정이 내년 말 종료되는 점도 변수다. 국민건강보험법 부칙에 명시된 정부 지원 규정은 2027년 12월 31일까지 효력을 갖는 한시 규정이다. 2007년 도입 이후 네 차례 기한을 연장해 유지해 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건강보험 국고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사업인 만큼 한시 규정을 폐지하고 지원 근거를 상시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고지원금 산정 기준도 예상 보험료 수입액에서 실제 결산액 중심으로 명확히 하고, 추계와 결산 간 차이를 사후 정산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법정 지원율을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렵다면 목표 도달 시기와 연도별 지원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중기재정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과 의료비 보장 수준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가의 책임 있는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