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서명 이틀 만에 '난도질' 격돌…추미애 '지방채까지'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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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환 ‘7조5000억 책임' 추궁에 민주당 퇴장…농정위원장 삭발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여야와 경기도가 손잡고 함께 민생을 지켜야 한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2일 여야정협치위원회 출범식에서 한 말이다.

이에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과 안광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방성환 국민의힘 대표의원이 함께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틀 뒤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그 약속은 첫 질문부터 흔들렸다.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7조5000억원 재정위기'의 책임자를 대라고 몰아세웠고, 민주당 의원들은 질의 5분여 만에 자리를 떴다.

추 지사는 '정치 선동'이라고 맞받으며 지방채 추가 발행 카드를 꺼냈다. 같은 날 농정해양위원장은 삭발한 채 단상에 섰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 안광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방성환 국민의힘 대표의원이 2일 경기도의회 예담채에서 열린 여야정협치위원회 출범식에서 합의문에 서명하고 기념사진촬영을 했다. (경기도)

4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의회 제395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도정질의 첫 질의자로 나선 방 대표의원(성남5)은 추 지사의 '고름덩어리' 발언부터 꺼내들었다. 그는 "누가 어떻게 도에 고름을 채워 7조5000억원이라는 재정위기를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민선 7·8기의 기금 사용과 지방채 발행 책임을 분명히 하라는 요구였다.

추 지사가 "말이란 맥락에서 탄생하는 것"이라며 설명을 이어가려 하자 방 대표의원은 “'누가'에 대해서만 대답하라”고 잘랐다.

△ 전임 지사 사진이 스크린에…민주당, 5분여 만에 집단 퇴장

언성이 높아지자 고은정 부의장이 "도민들이 보고 있다"며 두 사람을 제지했다. 방 대표의원이 이재명 대통령과 김동연 전 지사를 거론하고 민선 7·8기 전임 지사들의 사진과 이름이 본회의장 스크린에 오르자 민주당 쪽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안광률 대표의원이 퇴장을 결정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함께 본회의장을 나갔다. 도정질의가 시작된 지 5분여 만이다.

안 대표의원은 질문만 던지고 답변할 시간을 주지 않는 방식은 일문일답이 아니라고 했다. 전임 지사들에게 재정 파탄의 책임을 지우려 몰아붙이는 질의는 부적절하다며 퇴장 사유를 밝혔다.

방 대표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퇴장한 민주당 의원들은 방 대표의원의 질의가 막바지에 이르자 본회의장으로 돌아왔다.

추 지사는 전임 도정 책임론에 올라타지 않았다. 그는 "누구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임 지사들을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다. '고름 덩어리'는 경기도가 재정위기가 아니라는 견해에 맞서 위기가 맞다는 점을 비유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 '난도질' vs '정치 선동'…”채울 돈이 없는 것"

공방은 소방과 예산으로 번졌다. 방 대표의원은 추 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을 두고 "소방관을 폄하한 데다 사과도 늦었고 진정성도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추 지사는 "소방관을 폄하할 의도는 없었다"며 "소방 인건비 부담으로 민생·복지 예산을 편성하기 어려운 현실을 호소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부도' 같은 재정위기 표현이 도민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에 추 지사는 "예산이 있는데 쌓아놓고 자르는 것을 난도질이라고 하겠지만, 예산이 안 보인다"고 맞섰다. 방 대표의원이 전체 2927개 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미편성·일몰·감액됐고 농정 분야는 490개 사업 중 74%가 삭감됐다고 몰아붙이자 추 지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추 지사는 "예산을 의도적으로 자른 것이 아니라 채울 돈이 없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 정치 선동이다. 함께 책임지는 것"이라고 했다.

△ "발행할 수 있는 지방채까지"…석 달 전 문제 삼은 수단, 재원 대책에 올랐다

재원 대책에서 추 지사는 지방채를 꺼냈다. 그는 “(내년 가용재원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지방채, 기금을 포함해서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을 더 찾아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방채와 기금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쓸 수 있는 지방채, (추가)발행할 수 있는 지방채까지"라고 답했다. 내년 가용재원은 예년의 40%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기금은 통합재정기금으로 옮겨 쓰는 방안을 제시했고, 지방채와 기금 규모는 도의회와 사전 협의하겠다고 했다.

추 지사는 8월 5일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하면서 민선 8기의 지방채 발행과 기금 활용을 문제 삼았다. 도는 2025년 한 해에만 943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석 달 만에 같은 수단이 내년 재원 대책 목록에 올랐다. 신규 지방채 발행 규모와 상환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

△ 12억 관사·인사 보류도 도마에

관사도 질의 대상이 됐다. 방 대표의원은 전세보증금 12억원이 들어간 47평 규모 관사가 재정위기 상황에 맞느냐고 물었다. 추 지사는 "하루 출퇴근에 약 3시간이 걸려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입주했다"며 "저를 깎아내리려는 의도성 질문 아니냐"고 되물었다.

방 대표의원은 정기인사 보류와 조직개편을 짚으며 인사 정상화와 현장 의견 수렴을 요구했고, 농정·경제 분야 기능 축소 우려도 제기했다. 추 지사는 "조직개편 과정에서 500건 이상의 의견을 취합해 검토하고 수정 의견도 제시했다"고 답했다.

△ 삭발하고 단상 오른 농정위원장…”농정예산 3302억 줄었다"

본회의에 앞서 오전 9시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는 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서광범 농정해양위원장(국민의힘·여주1)은 정정호 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장 등 농업인 단체장들과 함께 머리를 깎았다. 그는 잘려 나간 머리카락을 '경기도 농업인들의 한과 눈물'이라고 했다. 서 위원장은 "농정예산은 대폭 삭감하고, 농정조직마저 축소하려는 경기도의 결정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삭발한 모습 그대로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 나섰다.

서 위원장과 농민단체가 제시한 2027년도 본예산 2차 조정안 기준 농정해양위원회 소관 예산은 7614억원이다. 올해 1조916억원에서 3302억원(30.3%) 줄었다. 도 일반회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6%에서 2.21%로 낮아졌다. 농어민 기회소득과 가축재해보험 가입 지원, 긴급 가축방역비도 감액 대상에 올랐다.

조직개편안도 겨냥했다. 도는 농수산생명과학국과 축산동물복지국을 농축수산생명국 하나로 합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 위원장은 두 국의 9개 과와 5개 사업소, 정원 446명을 국장 한 명이 총괄하게 되면 전문성이 약해지고 가축전염병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농어업인에게 먼저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재정이 어려울수록 무엇을 줄일 것인지보다 무엇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서광범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장(국민의힘·여주1)이 4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 기자회견에서 농정조직 통합 철회와 농정예산 복원을 요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같은 농정 감액을 두고 나온 두 숫자는 잣대가 다르다. 방 대표의원의 74%는 490개 사업 가운데 삭감된 사업 수의 비율이고, 서 위원장의 30.3%는 소관 예산액의 감소율이다. 사업 수로는 열에 일곱 이상, 금액으로는 30% 넘게 줄었다는 주장이다. 두 수치 모두 본예산이 확정되기 전 조정안을 근거로 했다.

도는 조직개편 입법예고 과정에서 접수한 의견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정조직 통합 철회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도는 본예산 조정안이 도의회와 사전 협의를 위한 기초안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혀 왔다.

방 대표의원은 질의를 마치며 "재정위기를 거친 말로 선언해 불안감을 키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대책으로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추 지사는 질의 말미 발언 시간을 얻어 의회와 집행부 간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협치위원회는 분기마다 한 차례 정례회의를 열고, 현안이 생기면 수시로 모이기로 했다. 도는 11일 2027년도 본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한다. 도의회는 12월 17일까지 이어지는 정례회에서 12월 16일 법정 처리시한까지 예산안을 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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