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300알 껍데기 검사 30분→11분…농촌 구인정보에 숙소 안내까지

‘오늘 저녁 뭘 해 먹을까’라는 고민에 AI가 요리법과 장볼 곳을 제안한다. 버려질 뻔한 정부 비축 배추와 무는 사료나 전통주 등의 원료로 쓰이고, 농촌에서 일하려는 도시민은 익숙한 구인구직 앱에서 일자리를 찾는다. 농식품 정책이 농업 생산 현장을 넘어 장바구니와 식탁, 일자리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4일 세종시 박연문화관에서 ‘2026년 농식품 정책콘서트’를 열고 생활과 현장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혁신 우수사례 6건을 소개했다. 본부와 소속·산하기관을 대상으로 공모하고 전문가 심사 등을 거쳐 선정한 사례들이다.
소비자가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장보기다. ‘알뜰하게 장볼지도’ 앱은 이용자 위치를 바탕으로 주변 판매처의 신선 농축산물 가격과 할인행사 정보를 제공한다. AI 채팅으로 요리법을 알아보고 재료를 살 곳도 추천받을 수 있다. 저녁 메뉴를 정하는 일과 재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 일을 하나의 서비스로 연결한 것이다.
매장마다 가격을 확인하러 다니던 발품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앱은 9월 21일 경기 수원, 강원 원주, 충북 청주, 전북 전주, 경남 창원 등 5개 도시에서 시범 출시됐다. 농식품부는 시범운영 기간에 이용 편의성을 보완해 2027년 하반기 전국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장바구니 부담을 직접 덜어주는 사례도 있다. 7월부터 본격 시행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는 올해 임산부 16만 명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임산부는 4만8000원을 부담하고 총 24만원 상당의 친환경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주문 금액의 80%를 정부 지원금으로 결제하고 나머지 20%를 본인이 내는 방식이다.
공급 품목에는 유기농산물과 무농약농산물뿐 아니라 유기가공식품과 유기축산물 등도 포함된다. 필수 공급 품목도 과거 시범사업 당시 35개에서 올해 55개로 늘었다. 임산부에게는 먹거리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친환경 농가에는 안정적인 소비처를 마련해주는 구조다. 다만 지역별 신청과 공급 일정이 달라 전용 사이트인 ‘에코이몰’이나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확인해야 한다.
먹거리를 필요한 곳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비축농산물 관리에서도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비축농산물 가치 UP 프로젝트’는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보관하는 농산물의 쓰임을 넓힌 사례다. 버려질 뻔한 정부 비축 배추와 무를 사료·전통주·친환경 농자재에 활용하고 취약계층 먹거리 지원과도 연결했다.
새로운 활용처를 찾아 폐기될 물량을 줄이면서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취약계층의 먹거리도 지원한다는 취지다.

식탁에 오르기 전 품질을 확인하는 과정에도 AI가 들어왔다. 축산물품질평가원(축평원)이 경기 평택시 와이제이푸드에 도입한 계란 품질평가 장비가 대표적이다. 계란을 회전시키며 껍데기 둘레를 360도로 촬영해 청결 상태와 표면 결함을 분석하고, 빛을 비춰 찍은 이미지로 깨짐 여부를 판별한다.
축평원에 따르면 계란 300알의 외관과 깨짐 여부를 검사하는 시간은 사람이 판정할 때 약 30분이었으나 AI 장비를 도입하면서 11분으로 줄었다. 검사시간이 약 63% 짧아진 셈이다. AI가 검사하는 대상은 등급판정 신청 물량에서 무작위로 뽑은 표본이다. 장비의 외관·깨짐 판정에 별도의 신선도 검사 결과를 더해 최종 품질등급을 정한다.
특히 판정 결과와 함께 근거가 되는 이미지가 남는다는 점도 변화다. 축평원은 이 데이터를 농가와 선별포장업체의 품질 개선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농가별로 어떤 결함이 많이 나타나는지 파악하면 계란을 모으고 옮기는 과정 등을 점검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 검사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다음에 출하할 계란의 품질을 높이는 데까지 정보를 쓰겠다는 구상이다.
농경지 점검 업무에도 디지털 기술이 활용된다. ‘팜맵으로 미리 콕!’은 항공영상으로 만든 농경지 전자지도인 팜맵을 활용하는 사례다. 실제 경작 현황을 지도에서 미리 확인한 뒤 현장 점검이 필요한 곳을 추려 방문한다.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먼저 살펴보고, 직접 확인해야 할 현장에 점검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농촌의 일손 부족을 덜기 위해 도시 구직자에게 익숙한 서비스도 활용한다. 농식품부는 5월 4일부터 알바몬을 통해 농업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카페나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찾던 앱에서 농사 일자리도 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청년과 은퇴자,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도시민에게 익숙한 경로로 농촌 일자리를 알리자는 취지다.
이 서비스는 2025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정책 제안에서 출발했다. 구인 농가는 가까운 농촌인력중개센터에서 코드를 발급받아 알바몬에 공고를 올린다. 재배 품목, 수확 등 작업 내용, 근무시간, 급여, 교통편을 공고에 함께 적어 구직자가 일의 내용과 조건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숙소은행’을 통해 농촌 지역 숙소 정보도 제공한다. 도농인력중개플랫폼에서 지역별 펜션 등의 임대정보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먼 지역에서 일하려는 도시민에게는 일자리만큼 머물 곳을 찾는 일도 필요하다. 일할 곳과 지낼 곳의 정보를 함께 제공해 도시 인력이 농촌으로 이동할 때 겪는 불편을 덜겠다는 구상이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정책콘서트에는 현장 국민평가단 등 180여 명이 참석해 정책 성과와 확산 가능성을 평가했다. 전문가 심사와 온라인 국민 체감도 평가에 현장 투표를 더해 우수사례의 최종 순위를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창의적인 생각과 도전적인 시도를 적극 독려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든든히 뒷받침하겠다”며 “앞으로도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최고의 정책과 행정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