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조사엔 장소, 관객 조사엔 이주배경 구분이 없어
문화다양성 기본계획에서 영화 분야 세부 실행과제 빠져

국내 이주배경인구가 271만 명을 넘어섰지만, 이들이 영화관을 얼마나 찾고 무엇이 이용을 가로막는지 파악할 전국 단위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주민 문화조사는 영화 관람 장소와 빈도를 구분하지 않고, 영화 관객 조사는 이주배경 표본을 별도로 할당하지 않아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영화진흥위원회 연구진은 최근 발간한 ‘이주배경인구의 영화관람문화 확산 방안 기초연구’에서 기존 조사와 통계를 검토해 이 같은 공백을 확인했다. 2024년 11월 1일 기준 이주배경인구는 271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2%다. 전년보다 13만4000명 늘었다. 외국인과 귀화·인지자, 이민자 2세 등이 포함되며 24세 이하 아동·청소년은 73만8000명에 이른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 문화다양성 실태조사’에서 국내 거주 이주민의 연간 영화 관람 경험률은 66.3%로 공연·전시 등 다른 문화예술 향유 항목보다 높았다. 향후 1년 이내 관람 의향은 75.9%였다. 다만 이 조사는 관람 장소와 경로, 빈도를 구분하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관심은 드러났지만, 극장 방문과 가정 내 시청 등을 가려낼 수 없어 실제 영화관 이용률은 알기 어렵다.
영화 관객 조사로도 이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 격년으로 실시하는 영화소비자행태조사는 3000명 규모의 패널을 활용하지만 이주배경 표본을 별도로 할당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인구 비중에 따라 표본을 배분해도 별도 분석에 필요한 수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극장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도 외국인 관객을 별도로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를 두고 있지 않다.
연령별 자료도 한계가 뚜렷하다. 다문화청소년패널조사 2기는 2019년 1차 조사에만 영화 관람 문항을 넣어 이후 변화를 추적할 수 없다. 성인 외국인의 문화시설 이용을 묻는 2025 서울서베이는 서울에 한정된다. 조사 대상과 표본 설계가 달라 두 자료를 합쳐 전국 실태를 추정하기도 어렵다.
정책연구와 실행계획에서도 비슷한 공백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축적된 이주민 문화 관련 정책연구를 검토했으나, 영화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확인하지 못했다. 문화시설 접근성 연구에서도 영화관은 도서관·박물관·미술관 등과 달리 상업시설로 분류돼 검토 대상에서 빠졌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제2차 문화다양성 기본계획에서 영화가 대중문화 콘텐츠의 다양성 현황 조사 대상으로 언급됐지만 영화 분야 실행과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관계 기관 목록에도 영진위는 포함되지 않았다. 작은영화관 지원은 이미 문화다양성 정책의 사업 범주에 들어 있지만, 이주배경 관객의 수요와 접근 여건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판단할 자료는 부족하다.
연구진은 기존 관객 육성·관람환경 개선 사업의 배분과 기준을 조정하고, 이주배경인구의 영화 관람 실태를 별도로 조사할 것을 제안했다. 관람 장소와 빈도, 이용을 가로막는 요인을 파악해야 기존 지원이 누구에게 닿고 어디에 보완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