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또다시 2.8% 유지⋯상반기 평균치(2.3%) 크게 웃돌아
신현송 총재 "근원물가 사전 제어, 물가 달성 목표에서 중요 과제"

물가의 기조적 압력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3주 앞으로 다가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재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현송 총재가 수 차례에 걸쳐 언급했던 대로 역대급 반도체 수출에 힘입은 강한 경제 성장세에 더해 고물가 장기화에 대한 관측이 굳어지면서 한은의 추가 긴축 시나리오가 무르익는 분위기다.
4일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즈(Barclays)는 10월 소비자물가 발표 직후 한은의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브라이언 탄(Brian Tan)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10월 헤드라인 물가가 소폭 낮아졌지만 근원물가는 견조한 경직성을 유지했다"며 "이는 한은이 통화 긴축을 재개하기에 충분한 요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11월과 2027년 2월에 각각 기준금리를 25bp(1bp=0.01%p)씩 인상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전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기상여건 개선과 추석연휴 기저효과 영향 속 9월(2.9%)보다 0.1%포인트(p) 낮은 2.8%를 기록했다. 그러나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9월에 이어 10월에도 2.8%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올 하반기 근원물가는 7월 2.6%에서 8월 3.4%로 치솟은 뒤 9월과 10월 연속으로 2.8%에 머물며 끈질긴 상방 경직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상반기 평균(2.3%)과 비교해 크게 뛴 수준이다. 10월 근원물가 상승세는 여행 및 외식 서비스, 전자제품 등에서 두드러졌다는 것이 한은 측 설명이다.
소비자물가 주요품목 중 구입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 상승률 역시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 여파로 인해 오히려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분기별 생활물가 수치를 보면 1분기에는 물가 안정 목표치(2.0%)에 근접한 2.1%를 기록했으나 중동사태 충격이 본격화된 2분기 3.2%로 급등했고 3분기 역시 2.8%를 기록했다.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향후 1년 뒤 물가 전망(기대인플레이션) 역시 4개월째 2.7%를 유지하고 있다.
물가에 대한 중앙은행의 경계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신 총재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와 통방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 목표치인 2% 달성은 내년에는 어렵고 내후년(2028년)쯤 가까이 갈 것"이라며 "물가 오름세가 오히려 전월보다 강해진 측면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기조를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추가 긴축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신 총재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근원물가 선제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장 내년도 근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2.5%)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세가 경제 전반에 완전히 퍼진 뒤 대응하면 훨씬 더 큰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비용이 들 수 있는 만큼 발빠르고 효율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 총재가 최근 자주 사용하는 '가래 대신 호미' 발언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그는 최근 국감에서도 "근원물가를 사전에 제어하는 것이 앞으로의 물가 목표 달성에 아주 중요한 사전 단계"라고 언급했다.
물가에 더해 우리 경제의 가파른 성장세 역시 금리 인상 재개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0% 성장하며 견조한 흐름을 지속한 가운데,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은 8월 전망치(3.3%, 2.9%)를 상당폭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 역시 매달 역대급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연간 경상 흑자가 당초 한은 전망치였던 4500억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수 개월째 힘을 얻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벌써부터 이달 26일 열릴 금통위로 쏠린다.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 대폭 상향이 확실시되는 11월 회의가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시점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ING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여전히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를 상회하고 견조한 수출 흐름은 경제성장을 지속해서 뒷받침할 것"이라며 "이는 한은이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