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 산업의 성장과 함께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투자 대상이 다변화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뿐 아니라 원료와 제조, 포장재, 유통 분야까지 자본 유입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참여도 늘면서 개별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수익 창출 능력이 투자 성과를 가를 것으로 분석됐다.
4일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이 같은 산업 변화를 분석한 'K-뷰티의 성장과 새로운 기회'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14억달러로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3% 늘어난 70억달러를 수출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수출 확대의 배경에는 인디 브랜드와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간 협업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브랜드 기업이 상품 개발 방향과 판매 전략을 정하면 ODM 업체가 실제 제품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자체 공장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도 신제품 출시와 해외 진출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브랜드 중심의 성장 구조는 관련 산업으로 파급되고 있다. 화장품 생산 증가에 따라 원료·소재와 용기 공급 수요가 늘었고, 수출 시장이 넓어지면서 해외 판매망을 갖춘 기업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제품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제조 기술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플랫폼까지 산업 전반의 역할이 확대된 셈이다.
투자 시장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글로벌 사모펀드 KKR은 화장품 패키징 업체 삼화를 인수했고, 화학·원료 유통기업 IMCD는 화장품 원료 전문업체 동양에프티를 사들였다. 사모펀드 CVC는 K-뷰티 제품의 글로벌 유통 플랫폼인 실리콘투에 투자했다.
이들 사례는 투자 자금이 브랜드 인수에 머무르지 않고 생산 기반과 원료 조달, 해외 판매망 확보 등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 외에도 성장 기업에 대한 소수 지분 투자가 활용되는 등 거래 구조도 다양해지고 있다.
제약·바이오 분야와의 접점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 더마 스킨케어 시장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5.7% 성장했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기존 연구개발 역량과 기능성 소재를 활용해 관련 브랜드를 인수하거나 공동 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기술적 성과가 곧바로 사업 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에 더해 안정적인 생산체계와 판매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딜로이트는 앞으로 K-뷰티 산업에서 기업별 성장 성과의 차이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 전체의 성장세뿐 아니라 개별 기업이 확보한 고객 기반과 수익성, 기술 차별화 수준 등이 투자 판단에서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기업들은 주력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면서 전략적 제휴와 M&A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 역시 외형 성장 가능성에만 집중하기보다 인수 기업과의 사업적 연계 효과를 살피고, 인수 후 통합(PMI)과 추가 인수 전략을 통해 투자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형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경영자문부문 상무는 “K-뷰티 M&A는 브랜드 확보를 넘어 밸류체인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차별화된 기술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춘 기업을 선별하고, 인수 대상과의 사업 시너지를 구체화해 기업가치로 연결하는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딜로이트 안진은 삼화 매각과 실리콘투 투자 유치 등의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뷰티 기업을 대상으로 M&A 및 투자 유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