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증권은 호반그룹이 한진칼의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섰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우호 지분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경영권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4일 밝혔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따른 주가 프리미엄은 인정하면서도 최근 급격한 주가 상승으로 추가 지분 확보 비용이 커진 만큼 장기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호반그룹이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고 해도, 조원태 회장 우호 지분율을 고려 시 즉각적인 한진칼 경영권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호반그룹은 최근 한진칼 주식을 추가 취득해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7월 10일 기준 호반그룹 지분율은 20.15%였으며, iM증권은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20.57%를 넘어서는 데 필요한 최소 0.45%포인트를 추가 매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주당 12만원을 가정하면 약 360억원 규모다.
이 같은 가정을 적용하면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율은 약 20.60%로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20.57%를 소폭 웃돈다. 다만 실제 추가 취득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20.60%는 최소한의 지분 확보를 가정한 추정치다.
조 회장도 지분 확대에 나섰다. 조 회장은 2일 공시를 통해 12월 3일 이후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한진칼 주식 32만5000주를 취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체 지분의 약 0.48%포인트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매입이 완료되면 조 회장 개인 지분율은 기존 약 5.75%에서 6.23%로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경영권 경쟁의 핵심은 단일 최대주주 지위보다 우호 지분 확보 여부라는 분석이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20.57%에 델타항공 14.90%, LX판토스 3.83%, 일본항공(JAL)의 5% 미만 지분, 산업은행 10.58%를 더하면 우호 지분율은 50%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배 연구원은 “산업은행의 지분은 2020년 11월 ‘양 대 항공사 통합’ 목적의 투자였고, 이를 위해 한진칼과 산업은행의 투자합의서에는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서는 산업은행 사전협의권, 그리고 조원태 회장 지분에 대한 근질권 설정이 포함되었다”며 “투자 목적이 성실히 이행되고 있어 산업은행 지분은 우선 조원태 회장의 조건부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2020년 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에 투자했다. 당시 투자합의서에는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산업은행의 사전협의권과 동의권, 경영평가와 통합계획 이행 관련 의무 등이 포함됐다. 양대 항공사의 합병 기일은 올해 12월 16일로 예정돼 있다.
다만 합병 이후에는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계속 보유해야 할 정책적 필요성이 낮아질 수 있다. 평가이익도 상당한 수준에 달해 향후 투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은행은 2020년 12월 한진칼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58%를 확보했다. iM증권은 3일 종가 기준 해당 투자의 수익률을 약 147%, 연환산 수익률을 16.3%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10.58%는 향후 경영권 구도를 좌우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로 평가됐다.
배 연구원은 “산업은행은 양대 항공사 합병 이후 지분 보유의 정책적 필요성이 낮아질 수 있고, 현 시점에서는 상당한 평가 이익을 확보한 만큼 향후 엑싯을 고려할 수 있다”며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10.58%는 향후 경영권 구도를 좌우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라고 강조했다.
지분 처분 방식에 따라 경영권 경쟁의 양상도 달라질 수 있다. 공개 경쟁절차를 통한 일괄 매각에서는 호반그룹과 기존 우호주주 등이 인수 경쟁에 참여할 수 있으며, 여러 기관에 분산 매각하면 특정 세력의 지분 확대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단계적으로 매각하거나 당분간 지분을 유지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배 연구원은 “매수 주체에 따라 기존 경영진의 지배력이 강화되거나 지분 경쟁이 심화될 수 있어, 매수자 선정 및 가격 결정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산업은행에게는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반그룹의 한진칼 투자 규모도 상당한 수준으로 불어났다. iM증권은 최소 추가 취득분을 포함한 호반그룹의 누적 주식 매입액을 약 1조400억원, 매도액을 약 1260억원으로 추정했다. 순투입액은 약 9140억원이며, 보유 주식은 약 1375만주로 평균 매입단가는 6만1054원으로 계산됐다.
3일 종가를 기준으로 호반그룹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의 평가이익은 약 1조5700억원으로 추정됐다. 다만 기존 주식 처분 과정에서 약 740억원의 처분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수치는 최근 추가 취득 물량을 최소 0.45%포인트로 가정한 결과다.
한진칼의 주가 급등은 추가 지분 경쟁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3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11조7000억원으로, iM증권이 자산가치 합산 방식으로 산출한 적정 시가총액 약 3조3000억원보다 250%가량 높은 수준이다.
배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의 여지가 반영되고 있다는 점, 실질적인 유통주식 물량이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은 기업 가치를 훌쩍 뛰어넘은 프리미엄을 반영할 수 있다”면서도 “이틀간의 과도한 주가 상승은 조원태 회장 측, 그리고 호반그룹 두 주주 모두에게 추가 지분 확보의 비용 부담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이틀 동안 한진칼 주가는 약 43% 급등했다. 현재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지분 1%포인트를 장내에서 추가 확보하려면 약 1170억원이 필요하다. 조 회장 측과 호반그룹 모두 지분 경쟁을 확대할수록 자금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호반그룹의 투자 여력도 경영권 경쟁의 지속성을 판단할 변수다. iM증권이 집계한 호반그룹 주요 계열사 7곳의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은 약 1조7710억원, 차입금은 7480억원으로 순현금은 약 1조230억원이다. 다만 계열사별 자금 활용 여건과 추가 투자 방식에 따라 실제 동원 가능한 자금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배 연구원은 “현재는 산업은행이 보유 지분을 언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매각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호반그룹이 한진칼의 경영권 확보를 추진한다면 매우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